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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도리 Aug 27. 2024

다시 한번 가보고 싶다.

경기도 화성시 제부도 기억의 여정

살아가면서 우리는 여행을 한다. 여행을 통해 힐링도 하고, 꿈도 꾸며, 행복한 삶을 영위해 나간다. 이번 여행도 고등학교 때 처음으로 혼자만의 여행을 했던 곳이다. 다니던 고등학교는 집에서 버스를 타고 6 정거장을 간 후 다시 지하철을 타고 20여 정거장을 가야만 했던 곳이다. 그러다 보니 토요일 수업이 끝나면 버스를 타든, 걸어서 가든 어딘가를 꼭 가곤 했다. 그중에서 가장 먼 거리라 스스로 도전이라며, ‘내가 혼자 갔다 올 수 있을까?’ 생각하며 가 본 곳이다. 어릴 적 자라 온 곳은 산으로 둘러 싸인 곳이지만 차를 타고 40여 분만 가면 굉장히 유명한 바다가 있는 곳이었다. 그럼에도 바다를 가본 적이 없었다. 서울로 이사를 와서는 더더욱 바다는 갈 볼 수 없던 곳이었다. 이상하리만큼 고등학생 된 후부터는 토요일은 나만의 작은 여행을 다녔었는데 적은 용돈을 모으고 모아서 조금 더 용기를 내며 다녀온 곳이 제부도였다. 당시 제부도는 물때를 꼭 맞춰야 했다. 도착해서도 제부도 앞에서 덩그러니 섬을 보기만 하고 돌아와야 했기 때문에 당시에도 가기 전에 제부도 물 때를 신문으로 확인하고 출발했었다.

이번에 가기 위해 찾아보니 이젠 제부도는 물때가 중요하지 않게 된 걸 알았다. 전곡항에서 서해랑이라는 케이블카가 딱 연결되어서 2.2km 케이블카를 타고 가면 되는 곳으로 변모하였다. 1998년 이후 우리나라에는 수많은 케이블카가 만들어졌다. 이 중 해상케이블카도 많이 만들어졌는데, 이 중 하나가 바로 서해랑이다. 과거 울릉도에 갔을 때 같이 간 일행들이 함께 케이블카를 타자고 했을 때도 걸어야 제 맛이라며 나리분지까지 걸어서 올라간 후 하산한 기억이 있었다. 워낙 걷는 걸 좋아하니 당연히 물 빠진 제부도를 옛날처럼 직접 걸어보고 싶었다. 만약 혼자 갔다면 그러했겠지만 아내와 딸아이가 같이 간 길이라 케이블카를 타 보았다. 다른 길은 또 다른 호기심으로 다가옴을 다시 한번 느끼며 말이다.

2002년 위대한 식사에 있었던 이재무시인의 제부도가 생각났었는데, 다시 와보니 세월의 무게를 알 수 있었다.

제부도

이재무     

사랑하는 사람과의 거리 말인가

대부도와 제부도 사이

그 거리만큼이면 되지 않겠나     

손 뻗으면 닿을 듯, 닿지는 않고,

눈에 삼삼한     

사랑하는 사람과의 깊이 말인가

제부도와 대부도 사이

가득 채운 바다의 깊이만큼이면 되지 않겠나     

그리움 만조로 가득 출렁거리는,

간조 뒤에 오는 상봉의 길 개화처럼 열리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만남 말인가 이별 말인가

하루에 두 번이면 되지 않겠나     

아주 섭섭지는 않게 아주 물리지는 않게

자주 서럽고 자주 기쁜 것

그것은 사랑하는 이의 자랑스러운 변덕이라네

언제부터였던가. 대부도와 그 밑에 있는 제부도가 휴양지로 각광을 받으며 드라이브 코스는 물론 섬을 일주하는 트레킹 코스와 함께 여러 펜션이 들어섰다. 방조제를 통해 승용차로 들어갈 수 있는 제부도는 간만의 차 때문에 바닷길이 열리기에 연인들 사이에 한 번쯤 가볼 만한 곳으로 인기가 많았다. 고등학교 당시에도 수많은 연인들이 이곳을 찾아왔고, 한 대학생 형은 나에게 성인이 되어서 여자친구랑 꼭 와보라며 말하곤 했으니 말이다.

이재무시인은 제부도와 대부도를 통해 사랑에 관한 3가지 질문과 답을 시로 써 내려갔는데, 사랑하는 사람의 거리, 사랑의 깊이, 만남 혹은 이별의 횟수로 표현하였다. 다만 그럴걸이라는 질문에 그럴 거야라고 답하는 구조는 이곳을 여행하는 모든 이에게 추억의 한 자락을 생각하게 하는 듯하다.

시에서는 대부도와 제부도를 말하지만 이제 이 시는 제부도와 전곡항으로 바꾸면 딱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거리는 ‘대부도와 제부도 사이 / 그 거리만큼’이 적당하다고 하였고, 손을 뻗으면 ‘닿을 듯, 닿지는 않고, / 눈에 삼삼한’ 거리이기 때문이다. 사랑의 깊이는 ‘제부도와 대부도 사이’에 있는 ‘바다의 깊이만큼’이어야 한다고 하는 걸 보면 말이다. ‘그리움’이 ‘만조’ 일 때도 있지만 썰물 뒤에는 바닷길이 보이는 ‘상봉의 길 개화처럼 열리는’ 깊이라는 걸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아주 섭섭지는 않게 아주 물리지는 않’기 위해서는 ‘하루에 두 번’ 정도 만나고 헤어져야 한다고 한다. 이를 ‘자주 서럽고 자주 기쁜 것’이라 하여 ‘그것은 사랑하는 이의 자랑스러운 변덕’이라고 말하는 시인의 시를 읽으며 제부도 일주를 가족과 함께 했다. 과거에는 혼자였기에 외로웠다면 이젠 가족과 함께 이 길을 걸으며 시를 음미해 본다.      

이제 제부도는 나만의 추억의 장소에서 가족의 추억의 장소가 되리라. 당신의 추억의 장소를 가족과의 추억의 장소로 바꿔보면 어떨까요? 나이가 들면 더 의미 있는 장소가 될 듯한데, 한번 가족과 함께 가 보실래요.


<제부도>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제부리에 딸린 섬이다. 면적은 0.98㎢이며, 서신면 송교리 해안으로부터 서쪽으로 약 2㎞ 떨어져 있다. 지명은 제약부경이라는 사람들에게서 유래되었는데, 송교리와 이 섬 사이의 갯고랑을 어린아이는 업고 노인들은 부축하고 건네주어 제약부경의 제자와 부자를 따서 제부도라 하였다고 한다. 만조의 차이로 길이 열리는 날이 있으며, 그때마다 육지와 왕래를 하던 곳으로 이후 서해랑케이블카가 생기며 이동이 좀 더 편리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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