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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도리 Aug 22. 2024

일상다반사 - 8월 22일(목)

연구년 일기

새벽녘에 비가 왔는지 창밖 도로가 살짝 젖어 있다. 오늘이 처서라 그런지-사실 우리나라의 24 절기는 중국을 중심으로 만든 것이라 일주일 정도 차이를 두는 게 맞지만 말이다.-환기를 위해 열어 둔 창문으로 선선한 바람이 들어온다. 방송에서는 연일 폭염이라며 오늘도 더위는 물러날 생각이 없다고 말하지만 그래도 살짝이나마 선선함을 느낄 수 있다.

워낙 물 마시는 걸 좋아하는 나지만 가끔은 물이 아닌 주스도 마시는 편이다. 그중에서 모회사에서 나온 카*리선이라는 음료가 있다. 이걸 상품에 함께 딸려 온 빨대를 이용해 마시면 굉장히 많아 보여서 다 마시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 컵에 따라 보았더니만 한잔이 안된다. 생수는 500ml도 단숨에 마시는 데 이상하리만큼 많게 느껴지고, 제대로 못 마시는 게 이상할 따름이다. 세상은 이처럼 같은 것에서 느끼는 것이 다르리라. 나처럼 컵에 따라 단숨에 마실 수 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빨대로 천천히 마시는 사람도 있으리라. 가을이 우리 곁에 오는 처서를 느끼는 것과 같은 것처럼 다름은 다름이고 그대로 인정하고 싶다.

카메라 마져도 내 마음을 아는지 컵에 따른 쥬스에 초점이 맞추어 진다.

운영하는 연구회 중 하나가-올해는 어쩌다 보니 2개의 연구회 회장이다- 매월 정산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번달은 방학이라 선생님들이 수업에 쓸 책만 구입한 상태이고, 8월 31일에 모임을 갖는다. 그런데 정산서는 8월 30일까지이다. 딱 책구입만 했으니 정산서도 간단하다. 꼭 어떠한 연구활동도 하지 않은 것처럼 말이다. 각 연구위원분들이 활동한 자료를 오늘은 받아서 오전 내내 정리를 했다. 정리한 내용과 필요한 자료를 정선해서 패들렛에 올려놓았다. 서울, 인천, 경기에 있다 보니 직접 얼굴 보고 연구하는 날은 한 달에 한 번이고, 수시로 비대면으로 모이지만, 학교 일과 각자의 연구활동 때문에 제대로 모이지 못하는 날들이 이렇게 여러 가지 온라인 도구를 활용해서 소통한다. 처음부터 온라인 도구에 대한 거부감이 없었던 나이기에-고등학교 때 프로그래밍을 하는 동아리에서 활동하다 보니 그런 듯하다.- 점점 더 활용가치를 높이는지도 모르겠다.

지난주부터 인공지능과 관련된 책을 읽는다. 인공지능을 활용해서 읽기, 쓰기는 그걸 사용하지 않는 일반적인-이 말이 맞는지는 모르겠다.- 글쓰기와는 완전히 방향성도, 순서도 다르다. 꼭 말이 달려갈 때 한눈팔지 말라고 앞만 보게 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게 인공지능 읽기, 쓰기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함께 읽는 분들이 있다. 매일매일 조금씩 읽고 서로의 단상을 나눈다. 이런 모임을 할 때면 항상 새벽에 읽고 단상까지 올리고 출근을 하곤 했는데, 이 책은 하루종일 부여잡고 읽고 또 읽어 보며 생각에 잠기게 한다. 직접 해보지 않으면 궁금증을 절대 참지 못하는 나이기에 이 책에 나오는 인공지능을 직접 며칠간 사용해 보았다. 그렇게 저자가 느꼈을 감정을 공유해 보았다.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저자, 거기다 언어학자인 저자와는 그 감정이 다르겠지만 말이다.

내일은 연구년 관련 인터뷰를 가야 한다. 그래서 대상 학교 학교교육과정을 훑어보고 기존 질문지를 학교에 맡게 수정한다. 대부분의 학교교육과정 문서는 비슷하다. 다만 중점적으로 하는 것이 다르고, 학교 구성원과 어떤 과정을 거쳐서 교육과정이 운영되는지에 대한 모습이 다르다. 내일도 인터뷰 내용 이외에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종국에는 교육현안까지 이어져 3~4시간은 훌쩍 지나갈 것이다. 그리고 대상학교에 대한 이해도 높아질 것이다. 듣는 것만으로도, 보는 것만으로도 나에겐 요즘 큰 울림이 될 때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터뷰 갈 때는 웬만하면 대중교통을 이용해 간다. 갈 때와 올 때 깊은 생각을 할 수 있기도 하지만 여행을 좋아하기에 이렇게라도 간접적으로-요즘 완전한 주부모드라 더 그런지도-나에게 선물을 준다.

연구년일기를 올리기 위해 SNS을 접속했더니 작년 교단일기가 딱 나온다. 학급임원선거가 있는 날이었나 보다.-6학년 2학기에는 학생들이 임원선거에 대부분 나오지 않는다. 우리 반도 누가 나오려나 걱정도 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생각난다.-그리고 2학기 학급 세우기 기간이었다. 학급 세우기 마지막 날이라 그림책 두 권을 가지고 하루 수업을 하였다. 먼저 '무슨 생각하니'라는 그림책을 통해 초등학교 마지막 학기에는 어떻게 보낼 생각인지에 대해서 같이 알아보는 시간을 가지고, 학급임원선거를 한 후 아이들과 이번에는 '아마도 너라면'을 통해 2학기에 친구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보고, 타인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방법을 찾아보려고 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지난 학기에 운영되었던 학급헌법을 손보고, 1인 1역 정하기, 임원이 준비해야 할 것과 2학기 우리 반에서 하고 싶은 것을 설문조사한 내용을 가지고 2학기 전체 일정을 짰다. 6교시라는 시간 동안에 하다 보니 글에서도 급하게 마무리한 것에 대해 아쉬움이 남아 있긴 했지만 말이다. 가끔 옛 글을 소환해 주는 SNS가 오늘은 반갑다는 생각이 든다. 뭐... 가을이 되어가니 추억에 잠깐 잠길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나 보다.    



매주 목요일은 아파트에 장이 서는 날이다. 저녁찬거리를 사기 위해 나갔는데 갑작스럽게 비가 쏟아진다. 바람까지 불어오니 우산이 재 기능을 하지 못해 비를 맞으며 찬거리를 구입했다. 그리고 집에 들어오니 언제 그랬냐는 듯 햇살이 거실에 쫙 퍼진다. 꼭 '비를 맞았네. 내가 말려줄 게' 하는 것처럼... 오늘 하루도 추억에 잠기기도 하고, 현재에 해야 할 일들을 하며, 미래를 꿈꾼 하루였을 것이다. 오늘도 내일에게는 과거이고 추억일 테니 말이다.

사진 찍을 때만 살짝 민낯을 가리는 해...오늘 나랑 사이가 안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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