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대온실 수리 보고서를 읽고-3장

by 모도리

읽은 날 : 2025. 2월 15일 ~2월 23일

읽은 쪽 : 3장 야앵(124~184쪽)

3장의 키워드 : 옛 건물에서 사랑스런 추억을 찾다.


- 3장에 대한 에필로그

내가 살았던 곳에 대한 기억들이 누구에게나 있다. 그곳에 한 번 가볼까? 라는 생각을 갖고 가면 이곳에 무엇이 있었는지, 지금은 어떻게 변했는지에 대해서 찾아보곤 한다. 나 또한 서울에서 살았던 동네를 가본 적이 있다. 우리 집에서 환히 보이던 초등학교는 높은 건물로 인해 보이지 않았고, 내가 살던 집들 중-같은 동네에서 이사를 하다보니-하나는 아예 없어져 버렸다. 졸업한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학교를 바라보니 왜이리 낮게 보이던지.

창경궁 대온실도 그런 곳이 아니였나 싶다. 누군가에게는 아련한 추억을 담고 있는 곳. 아마도 우리의 부모님세대는 창경원에서 창경궁으로 바뀐 걸 너무나도 아쉬워 하지 않았을까?


- 기억에 남는 문장

128쪽 그런 식의 만족감이란 겨울의 빈 새둥지처럼 허망하고 쓸쓸하지 않나. 사람들에게는, 진심을 주지 않음으로써 누군가를 결국 무력화하는 힘이 있는데 어떤 부류들은 그런 진실에는 무관심하곤 했다.

163쪽 약간 마음에 남더라고요. 그건 그 시대 많은 건물들의 한계다. ‘푸어’한 설계능력과 푸어한 노동력, 푸어한 목재와 푸어한 기술의 시대가 남긴 문제라는 데 동의하면서도 뭐랄까, 그렇게밖에 볼 수 없어? 하는 반감이 들었어요.

156~157쪽 나는 좋은 부분을 오려내 남기지 못하고 어떤 시절을 통째로 버리고 싶어하는 마음들을 이해한다. 소중한 시절을 불행에게 다 내주고 그 시절을 연상시키는 그리움과 죽도록 싸워야 하는 사람들을, 매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그 무거운 무력감과 새도복싱해야 하는 이들을, 마치 생명이 있는 어떤 것의 목을 조르듯 내 마음이라는 것. 사랑이라는 것을 천천히 죽이며 진행되는 상실을, 개를 사랑하고 이별하는 과정이 가르쳐주었다.


- 읽은 소감

3장에서는 왠지 대온실보다 과거와 추억이 떠오르게 한다. 그리고 애써 과거를 외면하는 사람과, 그 과거를 다시 캐어내는 사람의 모습이 더 잘 보인다. 어릴 적 내 모습을 보는 것 같기도 하고, 지금의 내 모습 같기도 해서 더 몰입되기도 하면서도 책을 읽으며 내내 울컥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책 속의 사람들의 마음을 하나 하나 이해하려고 노력하며 읽었다. 그들의 마음을 모두 이해해 보고 싶은 건 욕심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그들의 내면과 외면 모두를 이해하고 싶었다. 영도가 한 말 중에 푸어라는 말이 있다. 영두처럼 이 말에 반감이 확 들었다. 우리가 처음 생각하는 단상들이 모두 어쩌면 푸어가 아닐까? 그 푸어들이 모이고 모여서 리치가 되는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역사가 발전하는 이유가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전쟁과 싸움이라고 하니까 말이다.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 과학이 발전하게 되고 생각이 현실이 되는 경우가 많다. 어찌보면 가난해져야 새로운 상상력을 만들어 내는 건 아닐까? 여기서 가난은 진정 빈곤의 의미가 아닌 창작의 가난이라고 생각된다.

‘피곤해도 사람사는 것을 느끼게 해 주는 사람’ 우리에게 이런 사람 하나쯤은 모두 있지 않을까? 과거의 추억을 생각하며 그런 사람이 누구였더라 하며 추억을 돌아본다.

그리고 오래간만에 책을 읽다 나온 깡통만두에 가보았다. 옛 정취는 그대로인데, 나는 옛 추억을 찾을 수 없어 아쉬운 곳이었다. 맛은 내 입맛이 변하지 않았다면 그대로여서 좋았다.

KakaoTalk_20240523_182310184.jpg
KakaoTalk_20240524_091014636_01.jpg


keyword
작가의 이전글대온실 수리 보고서를 읽고-2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