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프제 : 어색한 건 못 참아
* 가명을 사용하였습니다.
오운완 <오전 운동 완료>을 하고 점심을 먹으려는 찰나에 카톡이 왔다.
언니 1 - 지금 나올 사람?
나 - 나
언니 2 - 나는 멀리 나왔어
언니 3 - 나도 오늘은 힘드네
언니 1 - 그래 그럼 미연아 같이 밥 먹자! 김치찜으로 와
나 - 알겠어 지금 나갈게!
라고 대답했지만… 아,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늦게 보낼걸 그랬다.
원래 먼저 선뜻 대답 안 하지만 그날은 왠지 1등으로 대답하고 싶었다.
’둘이서 보면 어색한데 ‘
‘밥 먹으면서 무슨 말을 하지?’
‘둘이서 만난 지 오래됐는데’
‘이 언니도 나를 어색해하겠지?‘
집에서 5분 거리 식당에 도착하기 전까지 1등으로 답한 것에 대한 후회와 밥 먹으면서 무슨 말을 하지에 대한 고민을 수 없이 해댔다.
누가 보면 진짜 오랜만에 만난 사이 이거나 안 지 얼마 안 된 사이인 줄 알겠지만 사실 5일 전에 4명이서 같이 술 마신 사이.
그리고 안 지는 2년 반이 조금 넘었다.
도착하니 언니는 이미 와있었고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나도 언니를 보자마자 활짝 아주 활짝 웃었다.
“언니! 둘이서 보는 거 오랜만이네”
“응! 뭐 시킬까? 김치찜 맛있어”
“응! 좋아 나도 김치찜 좋아해”
“운동하고 온 거야?”
“어, 나 운동하고 밥 먹으려는 찰나에 언니한테 카톡 와서 바로 달려왔잖아. 어디 갔다 왔어? ”
이 언니가 내가 말하면서 동공이 흔들린 것을 눈치챘을까?
내가 어색함을 피하고자 1분에 30번 고개를 끄덕이며 과한 리엑션을 한걸 눈치챘을까?
내가 정적이 흐르는 걸 두려워 아무 말 대잔치를 지껄인 것도 눈치챘을까?
나의 아무 말 대잔치 내용은 대부분 아이들이다. 나에게 한 명도 아닌 두 명의 딸이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가.
말할 거리가 두 배이니 말이다. 첫째의 근황부터 시작해서 둘째의 근황 모자라면 남편 흉까지.
“소라는 이제 3학년이라서 수학을 어려워하는데 재민이도 그래? “
“소라는 이제 친구들이랑 만나서 떡볶이도 사 먹고 그래. 언니는 용돈 얼마 줘? “
“보라는 앞니가 하나 얼마 전에 빠졌는데 옆에 이도 흔들려. 유민이는 몇 개 빠졌어? “
“우리 남편은 이제 빨래도 잘 안 갠다. 형부는 안 그러지?”
보면 알겠지만 나는 치고 빠지는 스타일이다. 마지막에 꼭 질문을 넣어 상대방이 말을 하게 하는 수법을 쓴다.
당신은 말하시오. 나는 리액션을 하리다.
이쯤 되니 오해할 수도 있겠지만 사람이 싫은데 억지로 만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둘이 만나는 게 어색할 뿐.
아줌마들이 그렇지만 막상 만나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수다 삼매경이다.
서로의 아이들 근황도 모자라 남편의 근황까지 말하고 나니 둘째 유치원 픽업시간이 왔다.
다행이면서 아쉽지만 우리는 그렇게 1차로 헤어지면서 다음에는 ”다 같이 “ 보자며 힘주어 말하며 헤어졌다.
인프제인 나는 이렇다.
- 둘이 보는 것이 어색하다.
- 자주 보는 사이도 둘이 보면 어색하다.
- 오랜만난 사이도 둘이 보면 어색하다.
- 정적이 흐르는 것이 싫다.
- 말하는 것보다 듣는 거에 자신 있다.
- 사람을 만나는 걸 싫어하진 않는다.
- 사람을 만나서 수다 떨면 재미있고 좋다.
- 다만 둘이 보는 것은 어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