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프제가 생일선물 고르는 방법
한 달 전 내 생일이었다. 작년에는 카톡으로 생각지도 못한 사람들에게 선물을 받았더랬다. 선물이 뭐라고 은근 기분이 좋았는데…
올해는 좀 조용했다. 그래도 우리 딸들과 남편이 다 아는 비밀작전을 펼쳐 아침부터 기분 좋은 하루를 보냈다.
집으로 가는 차 안에서 카톡이 왔다. 카톡 선물과 함께.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아가씨“였다. 몇 년 전부터 꼬박꼬박 내 생일을 챙겨주는 사람.
선물은 ”그릭요거트“ 나란 사람이란... 고마운 마음 반과 함께 웬 그릭요거트? 그릭요거트 까이거 집에서 만들어 먹는 사람이 나다.
그리고 내 안에 있는 악마에게 이렇게 타일렀다.
‘이러지 말자, 선물이잖아. 챙겨준 게 어디야’
그리고 그릭요거트를 먹을 때마다 죄책감처럼 드는 생각들.
‘한 달 뒤면 아가씨 생일인데 뭐 하지.’
‘이거 얼마정도 할까? 검색해 볼까? 아니야.. 그럼 안돼’
‘그릭요거트 내가 만들어 먹을 수 있는데…‘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이 계속되는 동안 다행히 그릭요거트를 다 먹었다.
그리고 잠시 잊고 있었던 그녀의 생일 1주일 전부터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었다.
7일 전
‘이제 1주일 남았는데 생일 뭐 하지?’
‘가족이 같이 쓴느걸로 할까, 혼자 쓰는 걸로 할까’
‘먹는 거는 금방 없어지니깐 의미가 없을지도 몰라.’
6일 전
‘카톡에 들어가서 뭐가 있는지 볼까?’
‘어차피 당일에 줄 건데 그날 아침에 봐야지 ‘
‘까먹으면 어떡하지? 선물 안 주면 서운해하겠지.’
5일 전
‘아가씨 생일날 오빠가 선물 보내려나?’
’ 나한테 보낸 거니 내가 보내야겠지.‘
‘생일날 뭐 하려나 일하려나?’
4일 전
’ 선물로 뭘 할까? 립스틱 할까?‘
‘바디용품을 보내줄까?’
‘디퓨저는 고양이 있어서 안 되겠지.’
3일 전
큰아이가 고모 생일을 기억했는지 아침을 먹으면서 말을 걸었다.
“엄마, 조금 있으면 고모 생일이네?”
“응, 맞아”
나는 이참에 남편의 생각이 궁금했다.
“오빠, 아가씨한테 선물할 거야?”
“아니, 선물 받은 사람이 알아서 해”
그럼 그렇지. 괜히 물어봤다.
선물 뭐 하지?
2일 전
핸드폰 캘린더에 표시하고 싶지 않았지만, 혹시 몰라 표시하기로 했다.
그리고 끊임없이 또 생각에 빠졌다.
‘뭐 하지? 생일케이크는 많이 받을 거야.’
‘흔한 거 말고, 특별한 거 쓸 때마다 내 생각이 났으면 좋겠는데’
‘참고 당일에 다시 봐야지’
1일 전
‘내일이 아가씨 생일이네 미역국 먹으려나?’
‘어머님이 미역국 끓여주시려나 ‘
‘어머님이 선물도 주시려나’
당일
그리고 드디어 그날이 되었다. 나는 비장하게 카톡 열었다.
생일인 친구에 아가씨 이름이 딱 있었다.
‘요즘은 생일표시 안 하는데’
선물하기를 누르고 목록을 봤다.
추천선물, 케이크/꽃, 비타민/홍삼, 디저트, 뷰티, 선물고민해결 등등 여러 가지 카테고리가 있었지만
나는 향수/바디를 눌렀다. 아무래도 바디워시가 좋겠다는 생각 했다.
내가 바디워시를 생각한 이유는 대략 이렇다.
1. 자주 쓰면서 만족감이 높은 제품
2. 센스 있다고 생각해 주길 바람
3. 그릭요거트의 가격을 대략 짐작해 봄
4. 가족이 아닌 당사자만을 위한 선물
여러 가지 금액대가 나왔지만 5만 원 이상의 명품 화장품은 보지도 않았다.
3만 원에서 4만 원 사이가 적당할 거 같아 목록을 찬찬히 살펴봤다.
그리고 어디서 들어본 거 같은 브랜드 제품을 선택
향은 두 가지 타입이었다. 머스크, 우드
나는 꽤 신중한 편이다. 선물후기를 들어가 사람들이 어떤 향을 많이 샀는지 향은 어떤지, 거품은 풍성한지 꼼꼼히 살펴보았다.
그리고 우드로 결정 그리고 선물하기를 누르고 생일 축하 메시지를 쓰고 보내기를 눌렀다.
그동안 알게 모르게 받아왔던 스트레스가 풀리는 기분이었다.
이제 1년 동안은 ’ 생일선물 뭐 하지?‘에 대한 고민은 없겠지.
인프제인 나는 생일선물에 이렇다.
- 생일선물을 해야 한다는 자체가 나 자신에게 부담이다.
- 뭐 하나 쉽게 고르지 못한다.
- 백만 가지 상상을 하며 고른다.
- 후기는 꼼꼼히 살펴본다.
- 마지막으로 모든 걸 끝냈을 때야 비로소 나에게 만족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