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데려온 바람
후텁지근한 공기가 몸에 달라붙을 때쯤, 굵은 소나기가 한 차례 쏟아졌다. 하늘에서 쏟아진 비는 순간적으로 세상을 뒤덮었고, 이내 잠잠해졌다.
비가 그친 후, 세상은 다시금 숨을 고르며 고요 속으로 돌아갔다. 마치 혼돈 속에서 잠시 잃었던 질서를 되찾은 듯, 주변은 잔잔한 평화를 되찾았다.
비가 남긴 습기는 여전히 공기 중에 남아 후텁지근함이 더해졌지만, 그 속에서 나는 이상하게도 안정감을 느꼈다. 자연은 언제나 예측할 수 없는 방식으로 우리의 삶을 흔들어 놓는다.
때로는 격렬한 폭풍처럼, 때로는 조용한 미풍처럼. 이 모든 경험이 나의 감정에 다양한 색채를 더해주었다.
저녁이 되자, 그 열기와 습기를 날려버릴 듯한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이 바람은 단순히 계절의 변화를 알리는 신호가 아니었다. 시간의 흐름과, 변함없이 반복되는 자연의 이치를 나에게 상기시키는 메시지였다.
여름과 가을 사이, 그 모호한 경계에 서서 나는 다가올 가을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바람은 매년 그 경계에서 나를 감싸며, 마치 내 등을 밀어주는 것처럼 나아가게 했다. 그리고 지금도, 나는 이 바람 속에서 느낀다. 그것이 나를 어디로 이끌고 있는지.
불확실하고 두려운 마음이 들 때, 바람은 내게 다가와 자신을 느끼라고 속삭인다. 머리카락을 가볍게 흔들어주고, 콧잔등에 맺힌 땀방울을 시원하게 식혀주며 나를 어루만진다.
나는 이 바람 속에서 확신을 찾는다. 그것이 나를 어루만져주고 있다는 사실이, 나에게는 큰 위로가 된다.
이 바람은 나의 오감을 통해 자연을 경험하도록 도와준다. 내가 느끼고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자연을 경험하게 해주는 이 배려심 깊은 바람에, 나는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그러면서도 바람은 나에게 질문을 던진다.
"지금 나는 어디에 서 있는가?"
"어떤 계절을 살아가고 있는가?"
"다가올 계절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
이 질문들은 단순히 계절의 변화를 묻는 것이 아니다. 나 자신과 내 삶의 방향성을 성찰하게 하는 깊은 물음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바람은 나를 감싸고 있다. 나는 이 바람 속에서 나 자신을 다시 한번 돌아본다. 바람이 던진 질문에 답하기 위해 나는 차분히 준비를 한다.
자연의 일부로서, 그리고 존재의 일부로서 지금 이 순간에 존재하고 있는 나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그 흐름에 나를 맡기고 다가올 가을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