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을 배우는 글쓰기
기다림은 참 묘한 단어다. 기다림에는 약간의 설렘과 약간의 긴장, 그리고 무엇보다 기대감이 담겨 있다. 추운 겨울에 두 손으로 감싼 따뜻한 컵을 바라보며 봄을 기다릴 때, 면접 결과를 기다리거나 좋아하는 사람의 메시지를 기다릴 때, 혹은 배달 음식을 기다릴 때도 우리는 자연스럽게 '기다림의 리듬' 속에 들어간다. 기다림의 리듬은 때로는 잔잔한 물결처럼 흐르다가, 갑작스러운 바람처럼 우리를 흔들기도 한다. 그 리듬 속에서 우리는 희망과 긴장을 교차하며 스스로를 단련해 간다. 그래서 기다림은 그냥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 마음에 작은 불씨를 피우고, 그 불씨가 꺼지지 않도록 지켜본다.
내가 기다림을 떠올릴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아침 해다. 어둠이 길게 이어지는 새벽에 나는 해가 뜨기를 기다린다. 달빛은 고요하고 부드럽지만, 그 빛은 어둠 속에서만 머문다. 반면 아침 해는 환하게 새로운 하루를 열어주며 생동감을 준다. 아침 해가 선사하는 그 빛은 내 안의 희망을 깨우고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기다림에는 우리의 마음과 생각, 그리고 존재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긴다. 키르케고르(Søren Kierkegaard)는 “기다림은 인내를 요구하지만, 그 속에는 언제나 희망이 존재한다”라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희망은 그저 기다림 끝에 얻는 결과가 아니라, 기다림의 과정을 통해 삶의 의미를 발견하고, 스스로의 존재를 확인하는 것을 뜻한다.
그래서 존재는 단순히 살아있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존재는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나의 시간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끊임없이 탐구하고 증명하는 행위이다. 키르케고르의 말처럼, 희망이 기다림 속에 존재한다는 것은 우리가 살아가는 매 순간에 스스로의 존재를 새롭게 정의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뜻이다. 기다림은 바로 그런 존재의 시간을 살아가는 과정이 된다.
글쓰기는 기다림과 존재를 가장 명확하게 드러내는 작업이다. 글을 쓰는 사람은 항상 무언가를 기다린다. 영감이 떠오르기를 기다리고, 한 문장이 완벽하게 다듬어지기를, 그리고 자신이 느끼는 모든 감정과 생각이 종이 위에서 하나의 이야기로 완성되기를 기다린다. 이 기다림의 과정에서 글쓴이는 스스로의 존재를 가장 선명하게 느끼게 된다. 단어 하나하나를 골라 문장을 쌓아가는 그 시간은 내가 존재한다는 증거이다. 내 글에는 나의 존재가 담겨 있고, 내가 글을 쓰는 순간 나는 나 자신이 된다.
기다림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보다 더 강렬한 힘을 가진다. 그것은 단순히 결과를 얻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우리를 스스로와 연결시키는 다리다. 기다림 속에서 우리는 자신에게 질문을 던진다. "왜 나는 이 일을 기다리고 있는가? 내가 바라는 것은 무엇인가?" 이런 질문 속에서 우리는 희망의 본질을 깨닫게 된다. 희망은 단지 결과를 바라는 마음이 아니라, 그 결과가 오기 전까지의 시간 속에서 나 자신을 탐구하며 성장하는 것이다.
아침 해를 기다리는 시간처럼 기다림은 고요하지만 강렬하다. 그 시간 동안 우리는 희망이라는 씨앗을 심고, 그것이 자라기를 바라며 자신을 다듬는다. 때로는 그 결과가 우리의 기대와 다를 때 실망하기도 하지만, 기다림 속에서 우리가 발견한 자신은 그 어떤 결과보다 소중하다.
그래서 나는 글쓰기를 사랑한다. 글을 쓰는 시간은 기다림의 연속이다. 한 문장이 완성되기를 기다리고, 생각이 떠오르기를 기다린다. 그 기다림의 과정에서 나는 나의 존재를 가장 분명히 느낀다. 내가 쓴 글에는 나의 희망, 나의 생각, 나의 열정이 담겨 있다. 내가 쓴 글은 곧 나다. 글은 나의 존재를 세상과 연결하게 한다.
여기서 '연결한다'는 것은 단순히 세상 속의 특정 사람이나 직업과 관계를 맺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내가 세상 속에서 고립되지 않았음을 확인하는 과정이다. 글을 통해 나는 내가 속한 세상과 다시 이어지고, 그 안에서 나의 이야기를 재구성하며 내가 누구인지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
글은 나의 이야기가 좁은 울타리에 갇히지 않고 세상과 맞닿게 한다. 그 과정에서 나는 나를 둘러싼 세상과 조화를 이루며, 내가 단절된 존재가 아니라 세상의 일부로 살아가고 있음을 느낀다. 글은 나의 존재가 세상 안에서 가치 있고 의미 있는 것임을 알게 한다. 이를 통해 나와 세상은 서로를 이해하고 수용하는 관계를 맺게 된다.
기다림은 내 안의 시간을 살아내는 일이다. 그것은 내가 누구인지 확인하고,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되묻는다. 그래서 기다림은 단지 시간이 지나가기만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그 시간 속에서 나 자신을 발견하는 일이다. 글쓰기는 그 기다림의 과정을 기록하는 작업으로, 거기에는 내가 기다려온 시간들이 녹아 있고, 그 시간들은 나를 나답게 만든다. 그래서 기다림은 우리가 살아 있음을 증명한다. 그것은 존재의 시간이며, 나를 만나고 나를 사랑하게 만드는 소중한 순간이다. 글을 쓰는 동안 나는 기다림 속에 살아가고, 그 기다림을 통해 진정한 나를 발견한다.
기다림 속에서 당신은 어떤 희망을 발견하나요? 그 희망은 어떤 모습으로 당신의 하루를 밝혀주나요? 기다림 속에서 탄생할 당신만의 이야기를 떠올려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