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천에서 층간 소음에서 시작된 문제로 흉기 난동이 일어났다.
흉기로 찔린 시민이 크게 다치는 상황이 발생했는데 여기서 유일하게 현장에 있던 경찰이 도망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경찰 측에 따르면 지원을 요청하러 자리를 피한 것이라 하지만 시민들은 도망간 거 아니냐며 경찰에 대한 신뢰가 깨졌다고 호소하고 있다.
그리고 일부 사람들은 '미국처럼 경찰이 총기를 자유롭게 못쓰는데 그럴 수도 있지'라고 한다.
정말 그럴까?
심장마비, 뇌출혈 등의 중증까지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춥고 건조한 어느 날 새벽 2시 여러분의 코에서 피가 뚝뚝 떨어진다.
'피곤했나? 금방 멈추겠지.' 휴지로 코를 막았다.
30분이 지나도 계속 난다.
옷은 이미 피가 여기저기 튀어 있다.
피는 줄줄 흐르고 목 뒤로도 넘어가서 입으로도 핏덩어리를 뱉어내서 숨을 쉬기도 힘들 지경이다.
코피로 119를 불러도 되나 싶었으나 멈출 생각을 하지 않으니 어쩔 수 없이 119를 불러 병원 응급실로 갔다.
응급실 의료진의 안내에 따라 자리를 잡고
언제부터, 어느 쪽에서, 얼마만큼의 피가 났는지, 다른 병원에서 처치를 받았는지, 앓고 있는 병이 있는지 등등 질문을 받고
코 안에 지혈하는 솜을 넣어놨지만 여전히 계속 난다.
그러자 응급실 선생님이 이비인후과 진료를 보자 한다.
그런데 30분.. 1시간.. 2시간이 지나도 아무도 보러 오지 않는다.
응급실에서 다른 검사와 시술이 있을지 몰라 금식을 계속하니 목도 너무 마르고 피곤하다.
워낙 바쁜 건 알지만 대충이라도 얼마나 기다려야 하나 싶어서 근처에 있는 간호사 선생님께 조심스럽게 물어본다.
"저... 혹시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할까요?"
그랬더니 돌아오는 대답이 "이비인후과 선생님이 연락이 안 되세요.".
의료계 현실이 너무 어렵고 힘든 건 제도가 잘못된 것이니
선생님은 잘못한 것이 없다고 생각할 것인가?
불완전한 제도로 고통받고 있는 담당 의사가 개운하게 쪽잠을 자고 일어날 때까지 조용히 기다리겠는가?
열악한 환경도 잘못이다.
그렇지만 의사는 시민들의 건강과 목숨을 담보로 일을 하는 직업이다.
혹시 사명감이 없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백번 양보해서 그렇더라도 돈을 받고 일하는 전문가인데 그에 합당한 업무를 해야 한다.
물론 전공의 생활을 하다 보면 피곤함에 정신을 잃어버려 이런 잘못을 저지르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 큰 잘못을 했기에 혼을 내게 되는데 그러면 대부분 "죄송합니다."를 반복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왜 대부분이라고 했을까?
1명은 다른 반응을 보였다. 죄송하다가 아닌 "선생님을 이런 적 없으세요? 저는 너무 피곤했는데요. "라고 하더라.
그리고 아직까지도 크게 변하지 않았고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이에 대응하여 징계를 '여전히' 준비 중이지만 아직까지도 그 1 명은 현장에서 일을 하고 있다.
이 사람이 나쁘다고 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직업이 맞지 않는 것이다.
맞지 않는 직업으로 본인만 고생하는 것이 아니고 나를 믿고 의지하는 환자들에게도 해를 끼치는 것이고
이런 소수의 사람들이 사명감으로 똘똘 뭉쳐 최선을 다하는 전체를 욕보이는 것이다.
내 후배이지만 세상을 위해서 다른 적성에 맞는 분야를 찾았으면 한다.
경찰 사건도 마찬가지다.
이번 사건은 경찰 말에 따라 지원 요청을 위해 등을 보였을 수도 있고, 본능적인 두려움으로 도망을 쳤을 수도 있다.
진실은 오직 당신만이 알 것이다.
혹시 본능적인 두려움에 도망을 쳤다면 다음에도 그런 일이 있을 때 똑같이 도망칠 것인지 잘 생각 해보길 바란다.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 혹은 '오해 사지 않도록 이렇게 하겠다'라는 생각이 든다면 시민이 원하는 마음가짐이다.
그러나 다음에도 도망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면 당장 부서를 옮기거나 직장을 그만두시길 바란다.
당신과 당신들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