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 강박적이고 우울한 사람을 끌어당기는 경기
테니스에 대한 글 “끈이론”이란 책이 있다. 책의 부제가 “강박적이고 우울한 사람을 끌어당기는 가장 외로운 경기, 테니스”이다. 유명한 작가이자 칼럼니스트였던 데이빗 포스터 월리스가 평생의 취미 테니스에 대해 쓴 글이다. 미국의 중부 미드웨스트에서 자라났던 월리스의 어린시절을 스스로 회상하며 담담하게 적어내려간다.
그의 소년시절을 가득 채웠던 것은 토네이도 바람과 테니스였다. 그에게 테니스는 토네이도 앨리에서 부는 바람이 키운 스포츠 같은 것이었다.
바람에 저항하며 온 몸으로 공을 쳐내는 외로운 경기이다. 세미 프로처럼 활동도 했지만 선수로 하기에는 다소 실력이 모자랐던 그는 명문대학을 나와 유명한 작가로도 활동한다. 그러나 그는 고등학생때까지 테니스 클럽 활동을 했던 것을 평생에 영광으로 생각했고, 후배들과도 지속 교류했다. 직업도 아니었고 그에게 가장 특출한 능력도 아니었건만, 마지막 생애까지 그의 가장 마지막 안식처가 테니스였다.
테니스 프로 경기엔 사실 규칙이랄 게 거의 없는데, 독특한 규칙이 하나 있다. 일단 게임이 시작되면 코트 밖에서는 일절 코칭이 금지된다. 코치나 스텦진에서 한마디 어드바이스도 해서는 안된다. 마치 인생이라는 경기장에 일단 들어서면 그 다음부턴 먼바다에 배를 홀로 띄우듯이 아무 코칭을 해줄 수가 없다. 홀연히 그만의 기술과 능력과 판단으로 경기를 이끌어가야한다.
월리스 역시 끈이론 책에서 테니스의 외로움을 설명하며 혼자 매번 서브를 넣기전에 스코어를 외쳐야했던 시간들을 회상하곤 했다. 아마츄어 경기에선 대개 선수들 스스로 점수를 부른다. 서브를 넣는 사람이 냉정하게 현재 스코어를 외치며 서브를 넣어야한다. 지고 있던 이기고 있던 아무도 없는 코트에서 홀로 “러브 ㅡ 써티” 를 외치며 다시 공을 쳐야한다. 사방이 뻥뚫린 대평원의 한가운데소, 몇개의 코트 중에 어느 구석에서, 홀로 외쳐야한다.
월리스가 느꼈던 외로움… 나도 알것 같다. 나 역시 경기를 하는 도중에는 코트 주변에 아무런 소음도 없는데 홀로 스코어를 외칠 때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이 경기장에서 벗어날 수 없다.
도망갈 수도 없다.
여기서 물러날 수도 없다.
오직 나의 두 발과 나의 판단으로 헤쳐나가야한다.
테니스를 하는 동안, 이 경기장에 들어와있는 동안, 파트너가 있거나 없거나 상대방이 강하거나 약하거나. 테니스는 인간에게 외롭고도 강한 경기이다.
오직 너의 두발과 너의 판단으로 일어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