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빵할머니에게서 배우는 자본론
우리동네 황금붕어빵 트럭은 가히 우리동네 최고의 맛집이다. 가을 은행잎이 우리 동네의 도로를 노랗고 때로 누렇게 물들일 때쯤이면 항상 ㅇㅇ내과 앞에 자리한 트럭에서 풍기는 붕어빵 굽는 냄새가 온마을을 진동한다. 항상 고정된 위치에서 팔기에 우리동네 맛집지도에도 표시가 되어있다.
올해는 특히 쌀쌀한 날들이 길게 이어져서 그런지 붕어빵 사려는 사람들의 줄이 유독 길었다. 어제는 나도 그줄에 서있다가 "줄이 길어서 장사가 잘되겠어요.." 라고 했다. 그랬더니 할머니가 말한다. "그러면 뭐해요.. 줄이 길어도 매일 수입은 똑같아요.." 아하, 책에서만 보던 노동소득과 자본소득의 차이가 한순간에 정리되는 순간이었다.
”줄이 길어도 수입은 똑같다“. 수요가 늘어도 수입은 똑같다는 말이다. 보통 붕어빵 할머니는 혼자만의 노동으로 붕어빵을 생산한다. 기계에 밀가루 반죽을 넣고 팥앙금 덜어넣기를 반복하여 10줄 정도를 채우면 다시 붕어빵을 뒤집으면서 익었는지 일일이 확인하고 또 한판 돌릴때쯤 익어간다. 그러면 5개에 3000원 주고 팔수 있다. 계속 손님이 온다는 가정하에 줄이 한줄이건 두줄이건, 누가 100개를 선주문했건 간에 오직 할머니의 노동으로 생산하는 붕어빵은 시간당 할머니의 노동력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따라서 할머니의 노동소득은 수요자가 아무리 많아도 매일 일정할 수밖에 없다. 이것이 바로 생산요소 중 자신의 노동으로만 버는 경우의 한계이다. 내가 노동을 해야만 소득이 생긴다면 나는 일단 노동을 쉴수 없어 여가를 챙길수가 없다. 두번째, 아무리 내 상품이 잘팔리고 수요가 많아져도 내노동은 시간당 한계가 있기때문에 더벌수가 없다. 배달노동자, 붕어빵 할머니, 구두수선공, 과일따기, 소작농 등이 그러하다.
여기서 노동이 쉬어도 자본이 벌게 하는것이 더 좋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붕어빵 할머니는 예를 들면 붕어빵 기계를 하나 더 도입하고 알바를 고용해 더 만들면 비례적이진 않더라도 수입을 더 늘릴수 있다. 붕어빵의 맛은 할머니의 레시피로 보장되기 때문에 굽기만 하면 돈을 벌수있다. 트럭을 하나 더 임대해 우리 동네 요충지별로 붕어방 브랜치를 낼수도있다. 그러려면 붕어빵기계나 트럭이라는 자본투자를 해야한다. 이런 자본소득의 비근한 예가 상표권, 저작권, 부동산 등이다. 일단 한번 사놓거나 만들어놓으면 자산가치가 오른다. 설령 오르지 않더라도 내가 추가적 노동을 하지 않아도 가외 수입이 생길수 있기 때문에 노동소득보다 유리하다. 그사이 나는 회사에 다니거나 또다른 노동을 해서 돈을 벌수도 있다.
부동산이나 자본투자에서 크게 돈을 벌면 흔히 “불로소득”이라고 한다. 노동하지 않고 벌어들인 소득이란 중립적 용어인데, 일하디않았단 이유로 폄훼하거나 비판받기 일쑤이다. 그러나 큰돈을 은행에 넣어두고 이자수익을 얻는것이나 부동산을 통해 수익을 얻는것이나 불로소득임은 매한가지이다. 오히려 큰 부동산 수익이 아니더라도 작지만 본인이 노동을 통하지 않고 안정적 수익을 얻을수있는 불로소득 창출에 더 신경쓸 필요가 있다. 그것이야말로 가진거라고는 몸밖에 없는 노동자로서의 우리 개개인이 조금이라도 노동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힘이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