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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걷는사람 Nov 08. 2022

김보희의 이토록 다른제주 2

행복한 그림읽기 2

ㅇ호크니와 김보희

   영국에 호크니가 있다면 한국엔 김보희가 있다. 몇해전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 호크니 전도 가봤는데, 김보희의 작품이 주는 감동도 호크니 못지 않았다.


ㅇ원근감의 파격

   김보희 작품들은 실제로 보면 대부분 상당히 크다. 그러나 단지 큰 게 특징이 아니라 원근감을 깨트리고 있는 것이 큰 특징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작품인 집에서 그린 제주 풍경은 마치 오목렌즈로 큰 화면을 채울때, 양옆이나 가까이 있는것이 더 크게 부각되는 것 같다. 일반적 풍경화의 원근은 앞에 있는 것은 크고 멀리있는것은 작게 그리되, 좌우, 양옆의 것은 가운데와 같은 비율을 유지한다. 그러나 김보희의 작품에서는 좌우의 것들을 일부러 크게 그리기도 한다.

   내가 미술에 전문적 지식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순전히 모든 작품들을 직접 봤다는 자신감에서 개인적 감상을 조금 써보자면, 김보희 작품의 이런 특징이 호크니의 작품과 다른 점이다. 호크니도 원근감에서 비교적 자유롭긴 하지만 비율은 좀처럼 깨지 않는다. 사실 김보희의 작품에서 보는 약간 비틀어진 원근감이 실제로 사람이 보는 자연풍경과 유사하다고 들었다. 사람도 완전히 객관적으로 풍경을 보지 않는다. 이런점 때문에 김보희의 커다란 그림 앞에 있으면 내가 정말 그 정원의 테라스에 낮게 앉아있는것 같은 착각을 준다.


ㅇ정밀 수묵채색화의 유산

   유화로 그리게 되면 세밀한 표현을 하기 어렵다는 것이 유화의 단점이라고 할수 있다. 김보희는 캔버스에 그리면서도 기존 정밀수묵화의 장점을 잘 살렸다. 세세하게 선을 그리고 가느다란 잎파리, 난초의 줄기까지 하나하나 스케치하고, 채색물감을 사용하여 정확하게 그린다. 실제 작업하는 모습을 본적은 없지만, 말년의 미켈란젤로가 시스티나 성당에 섬세하게 유화 붓칠을 하듯이 채색하였을것 같다. 반면 보통 수묵화로 난초잎을 그릴때는 일필휘지처럼 힘있게 혹은 연하게 한번에 그린 것 같다.


ㅇ식물과 자연을 전면에 내세우다.

   그림에서 보통 나무나 꽃, 자연은 배경이다. 앵글의 바깥 면을 채우거나 사람을 그리는데 그의 배경으로 자리한다. 고갱의 작품이 대표적이다. 자연을 그린 것 같지만 언제나 원시적인 자연속의 생명력 있는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하였다. 자연, 즉 과일이나 꽃 정물화도 있으나 이것들도 대개  그림을 그리기위해 대상들을 화가의앵글 속에 위치시킨 것이다. 그러나 김보희는 있는 자연을 그대로 둔 상태에서 본인의 앵글을 이동시키는 스타일인것 같다.  


ㅇ제주의 색, 제주의 토양

   김보희가 그리는 제주도의 색이 다른 것은 아마 제주의 토양 자체가 달라서일 것이다. 제주의 토양은 화산석과 현무암 토양으로 이뤄져, 산성이 높다 한다. 바다로 둘러싸인 섬이라 소금기와 습기가 가득하며, 흙은 검붉고 물기가 많으나 또한 물이 고여있지도 않는다. 그래서 현무암은 투명한 검은색을 띈다. 또한 제주의 선인장은 아프리카나 동남아의 선인장과 다르다. 제주의 토양과 색을 그린 작가들이 많은데 그중에서도 김보희는 제주의 색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 있다. 색을 한톤 죽이고, 천연색도 물을 많이 머금은 듯이 수묵채색으로 표현하였다. 그러면서도 자연을 전면에 내세워 제주의 주인이 곧 제주라는 땅임을 말해주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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