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그림읽기 3
제주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옥문 화가는 제주 자연의 색을 탐구하는데 진심인 화가이다. 간혹 제주에서 열리는 그의 전시에 가급적 가려고 한다. 작가의 말처럼 그는 꾸준히, 덧칠하고 바꾸고 또 덧칠하면서 날마다 계절마다 바뀌는 제주의 색을 표현해왔다.
<가을풍경> 2022년 11월에 본 그의 전시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건 가을풍경이다. 가로로 긴 작은 크기의 그림인데 가로로 길게 캔버스를 구성한 것도 신의 한수였다. 제주도는 그 자신이 수평으로 길게 낮은것처럼 옆으로 둘러보며 감상하면 좋다. 그 가을에 제주의 들녘은 억새와 이름 모를 풀들과 잡목들이 저마다의 색을 내뿜는다. 특히 제주의 가을색이 육지와 다른 것은 제주엔 논이 없어 익은벼가 내뿜는 풍요로운 황금색을 낼수 없다는 점이다. 그자리는 풍요로움 대신 척박함과 거친 토양의 빛이 채운다.
<한겨울의 한라산> 겨울의 한라산은 또 어떠한가. 이옥문은 계절별로 한라산을 그리고있다. 각 계절별로 다른 색깔, 다른 분위기를 보여준다. 형태에 대한 절제미를 유지한 가운데 오직 색깔과 빛, 질감으로 한라산의 다른 계절을 표현한다는 데서 이옥문의 진가가 느껴진다.
<여름의 한라산> 여름에도 한라산은 제주도의 어느 곳에서든 보인다. 바로 저렇게 낮은곳은 푸르른 신록이 우거져있고, 그 깊은 산야를 거슬러 올라가면 멀리 한라산이 우뚝 서있다.
아래 사진은 실제로 여름 가을무렵 내가 제주도의 오름을 찍은 것인데 사진 색깔과 실제 그림 색깔이 거의 똑같다. 이옥문은 그림을 통해 자신만의 색깔을 담아왔다.
제주 화가 이옥문은 형태미를 최대한 절제한 채 있는 제주도의 자연을 있는 그대로 담으려고 한다. 특히 그는 제주도의 토양과 나무가 주는 독특한 제주도의 색을 표현하려고 무던히 노력한다. 실제로 사진으로 찍은 제주도와 실제로 그가 그린 제주도가 마치 정물화처럼 매우 흡사하다. 사진기술이 급격히 발달하고, 사계절 어느때나 쉽게 여행을 할수 있는 요즘 정물화 같은 풍경화가 주는 미덕은 무엇일지 사색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