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들여 레슨도 받고 연습을 하면서도 게임에서는 매일이 다르고 늘 만족스러운 것도 아니다. 테니스라는 운동은 그만큼 시간을 들여야하고, 긴 시간동안 인내해야 하는 운동이다. 오늘도 코트에서 나의 헛스윙에 튄 볼을 잡으려 폴짝폴작 뛰다가 묻는다. 나는 왜 공연히 오늘도 여기서 내시간 써가며 이 고생을 하고있는가?
put a lot of time into tennis - 시간/노력을 들이다. 적극적 행동
spend time on tennis - 시간을 보내다. 중립적 서술
take time - 시간이 걸리다. 객관적 총량
kill time - 시간을 흘려보내다. 시간을 허비하다. 피동적.
drag time - 질질 끌다. 지연시키다. Stop dragging time! 시간 끌지마!
사랑한다는 것도 그 사람에게, 무언가에 시간을 들이는 것이다. 그 사람에게 그만큼 시간을 들이고 정성을 들였기 때문에 그 사람은 나에게 특별하게 자리잡는 것이다. 내가 그에게 시간을 들인만큼 깊이 내 마음에 뿌리박혀 자리잡는다. 하루하루 시간이 보이지 않는 반면, 깊이 뿌리박히는 것은 보이는 것처럼 쌓여간다.
어린 시절부터 줄곧 나는 내성적이고 소심한 아이였다.
하루하루 버티고 살아내기도 힘들었다. 특히 놀이터에서, 학교운동장에서 재밌게 노는 아이들을 보며, 나 좀 끼워주라..라는 말을 꺼내기가 얼마나 어려웠던가. 어쩌다 끼워줘도 그들의 운동과 게임에서 나는 탈락하기 일쑤였다. 그들의 은어를 잘 이해하지 못해 답답한 인상을 주기도 했다. 그들의 오래 지속된 관계 속에 이미 짜여진 권력관계를 감지하지 못한채 힘없는 아이와 친구를 하고 힘있는 아이와는 불편하게 지내는 일도 많았다.
사실 나도 힘있는 아이와 친구가 되고싶었다. 어느 누가 약자의 편에 서고싶어 했겠는가. 그러나 결과적으로 나는 강자의 편에 잘 서지 못했다. 내가 스스로 강자로 설만큼 충분히 강하지 못했고, 그들이 픽할 정도로 유용하지도 못했다. 그러면서 무슨 오지랖인지 약자를 돕겠다는 생각은 있었던 것 같다. 조금이라도 불공정하거나 정의롭지 못하면 대책 없이 항변도 했던 것 같다. 그것이 더큰 보복과 기나긴 무시로 돌아올 줄은 모르고 말이다.
그렇게 시간이 지날수록 나의 자아도 어느새 굳어지고 직업도 갖고 가정도 꾸리게 되었다. 시간이 지나가기도 했고 어떤 것은 허비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젊은 시절로 다시 돌아간다면 뭘 하고싶니?" 하는 흔한 질문에는 단호하게 다시 돌아가기 싫다고 말하곤 한다.
의사나 변호사의 수입과 직업적 가치가 높은 것은 그만큼 시간을 들였기 때문이다. 나라마다 차이가 있긴 하지만 대체적으로 어느 나라든 이 두 직업군은 자격증을 얻으면 평균 이상의 보상을 평생 보장받는다. 이 자격을 얻기까지 상당한 시간을 필수적으로 요구한다. 중도에 포기하거나 탈락시킬 가능성을 늘 열어둔채 시험에 들게 한다.
적게는 4- 5년에서 많게는 10년까지, 시간을 들이도록 함으로써 그만큼 전문적인 지식과 시험을 통과하도록 한다. 이헌 시스템은 꼭 똑똑한 사람만 이기게 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그만큼 오랜 시간을 인내하고 투자하고 버티는 사람을 고르려는 것이다.
꼭 의사나 변호사가 아니더라도 기왕이면 직업을 선택할 때, 앞으로 어떤 일을 할까 고민할 때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일에서 출발하라고 하고싶다. 대부분은 준비도 쉽게 하고, 성과도 빨리 나고, 결과도 눈에 보이는 것을 선호하는 줄 안다. 몇달 속성 단기과정을 밟으면 나오는 자격증이나, 온라인 강좌만 들어도 쉽게 할 수 있는 것들이 우리를 유혹한다. 우리 대부분 그만큼 투자할 돈도 없고 시간은 더욱 없다는 걸 잘 안다. 어려울 수록 더 빨리 살 길을 찾아야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이라도 선택할 수 있고, 꿈꿀수만 있다면 긴 미래를 보고 설계하라고 꼭, 꼭, 얘기해두고 싶다.
나 역시 테니스에 시간을 들일 것이다.
레슨을 받고 연습을 하고, 게임할 곳을 기웃거리고, 거절 당하고, 비웃음 당하고 돌아올 것이다. 부끄러움 속에 터벅터벅 나에게도 실망하고 집으로 돌아와서는 맥주 한잔 들이키고 잠을 잘 것이다. 다음날 어제의 실망은 잊어버리고 언제 그랬냐는 듯이 또 어느 테니스 코트를 기웃거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