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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영호 Oct 09. 2021

가을 조선호박 사용설명서

#가을호박요리

 

 유난히 특별했던 긴 장마 뒤 가을이 깊어간다. 전라도말로 뒷날이 좋아 참으로 다행이다. 수확량이 급감하기는 했지만 이제라도 뒷날이 좋아 벼 수확을 비롯한 가을농사가 한참이다.  

  

 식량주권을 회복하는 데 있어서 우리 먹거리의 우수성을 체계적으로 살피고 알리는 밥상교육은 그 무엇보다 우선한다. 우리가 식량주권을 논할 때 쌀을 중심에 두는 것은 밥이라고 하는 식량 전반의 중심에 쌀을 두기 때문이었다. 이제 쌀을 포괄하여 밥이라고 하는 식량 전체에 관란 포괄적 사고가 절실히 필요하다. 쌀뿐만 아니라 반찬거리 전반도 식량주권에 관한 놓쳐서는 안 되는 중요한 문제다.  

 

 가을 제철 반찬거리로 조선호박을 추천한다.  

조선호박을 늙은 호박만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는데 조선호박은 늙은 호박과 애호박으로 나눌 수 있다. 사시사철 마트에 가면 비닐 포장된 애호박이 나오지만 햇빛을 충분히 받은 가을 조선호박 애호박은 그 맛이 특별하다. 또한 가을 조선호박 애호박은 쓰임새 또한 아주 다양하다.  

 

 먼저 가을 조선호박 애호박을 넣어 갈치를 조림하면 그 궁합이 천하일색이다. 달큼한 호박맛과 담백한 갈치의 궁합은 10월을 대표하는 전라도 제철음식 중 하나다. 올해는 많은 비 덕분인지 모든 바다 생선이 풍년이며 맛이 매우 좋고 값 또한 저렴하다. 목포 먹갈치에 조선애호박을 넣고 얼큰하게 지지면 그 어떤 사대 진미가 부럽지 않다.  

 

 다음으로 전라도를 대표하는 가을 조선호박 애호박 찌개다. 요즘에는 사시사철 애호박 찌개를 식당에서 찾을 수 있지만 애호박 찌개가 제 맛이 나는 계절은 가을이다. 서리가 내리기 전까지 적당히 여문 애호박에다 돼지고기 앞다리 살을 넣고 애호박찌개를 끓이면 둘이 먹다가 하나가 죽어도 모르는 환상적인 맛이 난다. 특히 정은농원 흑돼지고기와 애호박의 궁합은 천하일품이라 할 수 있다. 정은농원 자급축산 흑돼지고기가 제 맛이 나는 계절이 또한 가을이다. 정은농원 흑돼지고기 애호박찌개를 먹어보면 그 옛날 조상들의 먹거리를 확인할 수 있다. 달큼한 호박과 고소한 비계의 궁합은 이 가을에 딱 맞는다.  

 

 이맘때 조선호박 호박잎은 그 어는 쌈채소와 비교되지 않는다. 여린 조선호박잎을 살짝 데쳐서 조선간장에 쌈 싸 먹으면 입맛을 돋운다. 호박잎과 어린 호박을 으깨어 대바구니에 치대고 가을 붉은 고추를 송송 썰어 넣고 함께 된장국을 끓이면 환자들의 식욕도 돌아온다. 여기에다 가을 살 오른 미꾸라지를 넣으면 추어탕이 된다. 미꾸라지와 호박잎의 특별한 궁합은 전라도를 대표하는 가을 제철음식 중 하나다.  

 

 가을 조선호박은 추운 겨울을 대비하는 자연의 보약음식이다. 누가 호박을 못생겼다 할 수 있으랴? 가을 제철음식으로 조선호박을 찾는 것은 목포 먹갈치와 돼지고기, 미꾸라지라는 우리 식량자원의 사용설명서이기도 하다.  

 

 우리가 패스트푸드를 물리치고 농업을 살리려면 우리 먹거리 자원의 우수함을 체계적으로 익히고 널리 알려야 한다.


2020년 10월 20일

무안신안뉴스에 쓴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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