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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영호 Nov 12. 2021

된장! 기다림의 결정체

된장 맛이 집집마다 다른 이유

된장 맛은 그 집 안의 손맛이라고 한다.

그런 배경에는 된장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있다.


된장을 만들려면 질 좋은 콩이 있어야 한다.

된장 맛은 그 집의 콩 농사에 일차적으로 달려 있다. 여성농부의 정성과 노력의 산물이 콩이다. 콩 농사는 5월부터 6월 20일 이전에 파종하여 뜨거운 여름을 나고 10월에 수확한다. 지금은 제초제와 수확기계가 나와 콩 농사가 보다 수월해졌지만 예전에 콩 농사는 아낙의 땀과 노력의 산물이었다.

 

 '콩 밭 메는 아낙네야!

적삼이 흠뻑 젖는다.' 

 '무슨 설움 그리 많아

포기마다 눈물 심는다.'

노래 칠갑산의 가사에 콩 농사에서 악낙의 노고가 그대로 배어있다.


 콩이 준비되면 12월 동짓달에 가마솥에서 여섯 시간 이상 푹 삶은 뒤 찧어서 메주로 만들어 이것을 생활하는 방 아랫목에 볏짚을 깔고 며칠 동안 띄운다. 이때 온도는 24도 25도가 적당하다.

 이 과정이 매우 중요한데 이때 삶은 메주에 생활하는 사람들의 공간에 존재하는 토착미생물이 흡착된다. 메주에 하얗게 곰팡이가 피는데 이것이 바로 토착미생물이 흡착된 것이다. 사람마다 집집마다 토착미생물이 조금씩 다르다. 결국 이 미생물이 된장 맛을 결정하는 기초가 된다.

 식품학자들은 좋은 미생물 나쁜 미생물 찾는데 너무 많이 배워서 탈이다. 토착미생물은 수만종의 미생물로 구성되는데 그것을 구분하려는 것 자체가 자연과 반대로 가는 것이다.


 메주가 띄워지면 다음은 두 달가량 건조하면서 메주 표면의 곰팡이가 속까지 파고 들도록 기다리는 과정이다. 된장이 느림의 산물인 것은 이 기다림의 과정 때문이다.

 이 과정이 지나면 2월 말 손 없는 날을 받아 장을 담근다. 천일염으로 염도를 맞추고 장을 담근 후 완전히 장맛이 우러나면 장과 메주를 갈라서 된장을 담근다. 된장은 다시 뜨거운 7,8월의 강렬한 태양빛을 받으며 서서히 익어간다.

 콩 농사에서 여기까지 1년이 넘는 긴 기다림의 결정체가 된장이다.


 우리의 몸 그리고 오장육부가 미생물의 절대적 영향을 받는다. 된장은 자기 주변  그리고 자기 몸속의 미생물을 배양해서 만드는 음식이다. 어찌 보면 또 다른 몸의 분신이 된장이다. 우리 조상의 지혜는 얼마나 위대한가?


 공장에서 조미료와 GMO 콩으로 기름을 짜고 난 찌꺼기를 주원료로 만든 된장이나 쌈장 따위와 어찌 견줄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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