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에 살면서 행정기관에서 소위 전문가라고 추천한 이들이 현장에서 검증된 사례가 아닌 주워들은 풍월을 읊는 것을 자주 보게 된다.
학부모들이 만든 마을교육공동체 모아작은도서관을 운영할 때 일이다.
모아작은도서관이 전라남도 지정 1호 마을학교가 되고 나서 도교육청 차원의 컨설팅이 진행되었는데 컨설턴트 중에는 지역아동센터 대표도 있었다. 아동센터와 마을교육공동체는 아동 돌봄 기관이지만 근본적으로 다르다. 아동센터는 영리 기관이고 마을교육공동체는 자발적 비영리 기관이다. 영리기관이 자발적 비영리기관에 와서 지도를 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었고 지도할 내용이 없었다.
그날 아동센터 대표는 주워들은 풍월만 읊다가 갔다. 컨설팅이 끝나고 도서관 학부모들은 혀를 끌끌 찼다. 주워들은 풍월 속에 얻을 게 없었기 때문이다. 주워들은 풍월을 읊는 사람들의 특징 중 하나는 새로운 것 타령이다. 자신이 직접 경험한 바가 없다 보니 진정성보다 새로운 것만 찾는다. 돌봄과 마을교육은 진정성에서 출발한다. 진정성이 만들어지면 새로운 방식이 쉽게 만들어진다.
도서관장을 그만두고 차기 도서관장으로부터 이와 비슷한 사례를 들었다.
도서관에 교육청에서 파견한 컨설턴트가 왔는데 도무지 실정에 맞는 내용은 없고 이상한 소리만 하고 가더라면서 그 사람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의견을 물었다. 잘 아는 유명한 사람으로 그는 한 번도 현장에서 마을교육공동체 활동을 해본 적이 없었던 사람이다. 그가 말한 것은 모두 남들을 통해 주워들은 풍월이었다.
마을공동체 운동을 하다 보면 이런 현장성이 전혀 없는 이상한 전문가들을 수없이 만나게 된다. 이들은 000 센터에서 센터장이나 사무국장 등을 경험한 이들인데 이들의 보편적 논리는 누구한테서 들었던 내용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똑같이 참신성만을 찾는다. 마을운동이 무슨 예능프로그램도 아니고 본질적인 문제를 외면한 참신성이 무슨 도움이 되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참신성을 내세워 성공한 사례의 벤치마킹만을 주장한다. 이들 전문가들의 지도는 성공은커녕 마을운동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마을운동의 본질은 사람 사이의 관계를 회복하거나 강화하는 운동으로 참신성은 도움이 안 되고 사람들의 진정성이 동원되어야 성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농업분야에서도 이런 주워들은 풍월을 읊는 이들이 무수히 많다.
행정기관에서 전문가라고 말하는 이들은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는 기본 전제조건이 있다. 그러다 보니 일단 현장 활동가는 제외된다. 행정기관이 원하는 학력을 채우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자체 사업의 용역은 대부분 지역대학 교수님들이 맡는데 이들은 현장 경험이 전혀 없고 현장의 구체적 실제를 아예 모른다. 그러다 보니 용역은 주워들은 풍월로 채워진다. 이런 경우는 대부분 인터넷 상에서 떠도는 주워들은 풍월로 짜집기된다. 이들은 전문가라고 하지만 현장을 전혀 모르는 맹인 전문가다.
언론에 출현하는 농업관련 전문가들도 태반은 주워들은 풍월을 읊는 사람들로 채워진다.
교수님이나 기자님들이 전문가로 출연하는데 이들의 풍월은 거의 소설에 가까울 때가 많다.
오늘 모 라디오에 출현해 농업생산비의 30%가 제초제 값이라든지 벼농사가 밀농사보다 탄소 발생량이 많다든지? 비료 사용량을 줄이려면 스마트팜을 해야 한다든지? 이들은 진정성은 없고 검증되지 않은 거짓 선동만을 일삼는다.
주워들은 풍월을 읊는 이들의 특징은 이 사회가 말하는 인텔리 엘리트들이다. 그래서 세상은 너무도 암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