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는 두 번 가보았는데 갈 때마다 일본 사람들에게 부러웠던 것은 일본 술 사케였다.
농산물 판매장이나 마트 편의점에는 최소 몇십 종류에서 몇백 종류의 각 지역 사케들이 전시 판매되고 있었다. 일본 사케는 우리말로 술 주 자를 일컫는 말이다. 일본은 각 지역 전통술이 문화로 이어지고 산업화로 안착화되었다. 지역마다 술을 만드는 재료와 맛이 조금씩 다르다. 술의 로컬화가 실현되고 있다.
우리 술은 어떤가?
우리 전통주는 거의 씨가 말랐고 일부 지역에서만 간신히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인의 술은 소주와 맥주 막걸리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 세 가지 술 모두 다 우리 고유의 전통문화와는 거리가 멀다.
막걸리의 경우 수입쌀 팽화미(뻥튀기 쌀)와 효모, 아스파탐이라고 하는 합성감미료로 만들어지고 있다. 우리 막걸리의 전통적인 방식은 곡물에 누룩으로 만든 발효주다. 현재 공장에서 만드는 막걸리는 일종의 변칙이다.
소주는 타피오카 주정에 물과 스테비오사이드라는 합성감미료를 섞어 만든 희석식 소주다. 조상들이 만들었던 발효주를 증류시킨 증류식 소주와는 거리가 멀다. 무엇보다 문제는 소주 산업을 일부 기업이 장악한 것이다.
소주 도수를 낮추어 기업 입장에서는 원료비를 적게 들고 소비자는 많이 먹게 만들어 가고 있다. 한때는 지역별 소주 시대가 있었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농업과는 무관하고 지역경제와도 무관한다. 우리가 소주를 즐기는 만큼 기업의 이익만 키워줄 뿐이다.
보리 발효주인 맥주 또한 문제는 별반 차이가 없다. 몇 해 전 수입맥주에서 제초제 성분인 글리포세이트가 검출되어 논란이 되었다. 생산국이었던 독일의 보리농사에서 사용된 제초제가 검출되었다. 보리를 수확 후 추가적인 건조를 안 하기에 익어가는 보리에 제초제를 뿌려 강제로 죽여서 보리를 말리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살아있는 보리에는 제초제를 쓰지 않는다. 문제는 수익이 작고 값싼 원료를 찾아 기업들의 해외 의존도가 갈수록 커진다는 점이다. 여기에 일부 대기업이 맥주 공급을 독점화하고 로컬화 되지 못하고 있다. 농업의 이익과는 무관하다.
술은 농업에서 꽃으로 일컫어지기도 한다. 세계의 술들은 그 나라 그 지역 농업의 총화체이기 때문이다. 곡물과 과일로 세계 사람들은 술을 만든다. 한국사람들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술을 먹지만 술은 정작 농업이나 지역경제와 무관하다.
조선 역사기록에는 왕이 금주령을 내릴 때가 여러 차례 나온다. 백성들이 곡식이 남아돌면 으레 남는 만큼 술을 담아 먹었다. 문제는 흉년이었는데. 밥도 부족한데 술을 너무 많이 먹다 보니 왕이 금주령을 내렸다.
우리는 매해 쌀이 남아돌아 쌀값이 폭락하는 악순환을 겪고 있다. 쌀로 우리가 마실 술을 만든다면 쌀 문제는 없어진다. 술을 지역화하면 지역경제가 살아난다. 우리는 쌀이 남아도는 게 아니고 자본가의 술수에 넘어가 우리 술을 빼앗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