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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영호 Dec 06. 2021

이방인

흑돼지 이야기(11)

 나이 오십이 다 되어서야 그는 이방인임을 깨달았다.  사회에서 주류에 속하지 못함으로 인해 기득권 밖에서 법과 제도의 보호보다는 법과 제도의 통제속에서 억압당하며 살아가야하는  이방인이다.

 스스로 자처한 이방인으로서 그 댓가는 참으로 혹독했다.


농민운동을 하던 시절에는 이방인이라는 생각보다는 저항세력이라고 자족했었다. 그도 그럴것이 그때는 일정정도 세력이 힘을 갖추고 형성되어 있었고 그 세력의 보호울타리가 안주해도 될만큼 넉넉했기 때문이었다.


 배합사료를 끊고 자급사료로 돼지를 키우겠다는 야심찬 포부는 결국 그를 고립시켰고 고립에 투항하지 않았기에 이방인이 되어야 했다.

 권력과 기득권은 끊임없이 가 공장식축산업의 규제와 통제하에 투항할것을 강요해 왔다.


 규제는 새로운 기득권 즉 주류를 만들어내고 주류세력은 사회적 식을 통제해 나감으로써 완벽한 통제를 실현하고 이를 통해 체제를 완성해 나간다.


 배합사료와 공장식축산이라는 규제의 틀을 통해 돼지고기와 축산업에 대한 사회적 식을 새롭게 만들어냈고 여기서 만들어진 사회적 체제는 이방인들의 저항을 용납치 않았다.


 좁고 인구밀도가 높고 획일화 된 사회 한국에서 규제를 벗어나는 행위는 반란에 준하는 대접을 받아야 했다.


 지난 십여년  미국농부 조엘셀러틴의 자연축산,자급축산을 동경해 왔다. 조엘의 삶과 함께 조엘을 수용하고 인정한 미국사회를 존중했다. 그러나 조엘의 사례는 미국사회에서나 수용될수 있었지 한국에서는 절대 수용될수 없는 일이란 것을 절실하게 깨닫고 있었다. 한국은 다양성이 존중받지 못하는 나라다. 조금이라도 다르다고 생각되는 순간 이방인이  되는 것이 한국 사회다.


 가 돼지사육에서 한계에 부딪히게 된 주된 요인은 규제 보다 더  형성된 사회적 식이었다.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는 획일국가 한국인의 사회적 인식은 더 무서운 규제이며 잣대였다.


 그는 규제와 압박에 아직 투항거나 절충하지 않았다. 그러나 머지 않아 권력이 세울 새로운 규제로 인해 돼지시육을 중단하게 될것임을 너무도 잘 인지하고 있다.

 사회진일보는 규제와 규제 밖의 예리한 경계위에 서 있다.규제 밖의 새로운 질서를 수용하는 것이 진보이며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 보수다. 규제를 깨는것이 변혁이다. 정치행위는 늘 변화와 혁신을 떠들지만 본질은 규제를 통해서 인간을 통제하는 것이다.


 정의나 진실에 따라 주류와 이방인이 결정되지 않는다. 규제와 통제에 어떻게 대하는가가 주류와 이방인을 결정하는 기준이다.

 배합사료를 먹이지 않는다는 것과 권력이 정한 축사규정을 수용하지 않았기에 의 고초는 확정된 이방인의 길이었다.


 공장식축산에 맞선 의 외롭고 오랜 싸움은 포기 중단될수 있지만 이방인의 삶은 한동안은 계속될것 같다. 그는 자유를 꿈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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