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독한 추위가 맹위를 떨치던 겨울이 지나고 봄이 찾아왔지만 온 세상은 코로나 바이러스로 뒤덮였다. 공공기관에서 추진하던 교육이나 행사는 줄줄이 아무런 기약 없이 연기되었다.
연초 창조적 마을 만들기 역량강화 위탁회사와 협의했던 사업들은 코로나19로 인하여 여름까지 잠정 연기되었다.
코로나가 잠시 주춤하던 뜨거운 8월 중순 사내마을회관도 폐쇄 조치가 풀리면서 어렵게 어르신 치매예방교육이 시작될 수 있었다.
“아이 남해떡 당신은 멋헌디 우적동놈들 도와주는 그런 쓰잘데기 없는 교육에 갈라고 허요?”
사내마을회관에서 진행되는 어르신 치매예방교육에 참여하려고 나온 남해떡을 당산나무 아래서 기다리던 미자씨가 손가락으로 삿대질을 해가며 큰소리로 막아섰다. 이른 점심을 먹고 정오부터 두 시간 동안 당산나무 그늘 아래서 마을회관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을 막기 위해 죽치고 있었다. 뜨거운 여름 탓인지 분개한 시기심 탓인지 미자씨는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이장이 아직에 방송 허드라고 나는 그 소리 듣고 나왔는디? 이것이 우적동 사람들 돕는 일이 당가?”
“마을 만들긴가 머신가 해갔고 동네로 5억 내랐다고 안 헙디요. 그 돈이 이 돈 이제. 사내 허고는 아무 상관없당께 우리가 배 아프게 멋헌디 우적동놈들 도와줘라? 집이는 사내 사람 아니여?”
“그런당가? 나는 그런지 몰랐제. 이장이 아직에 방송헌께 동네 일인갑다 허고 나왔는디. 자네 말 들은께 그 말도 맞는 것 같네. 그라믄 나는 그량 집에 들어갈라네.”
돌아서며 남해떡은 불쾌해진 기분을 삼키며 속말로 되네였다.
‘염병 헐 년!’
남해떡은 지난주 치매예방교육에 참여했던 회관지기 할매들로부터 치매예방교육 얘기를 들었다.
“어이 남해떡아? 너도 다음에 나와야, 겁나 재밌드라. 노래도 부르고 박수도 치고 춤도 치고. 다음 주에도 헌당께 일찍 허니 밥 묵고 회관으로 나온나”
코로나로 인해 회관이 몇 달 동안 폐쇄되면서 방구들을 이고 사는 생활도 이력이 났다. 회관에 나가지 않으면 무더운 방에서 선풍기에 의지해 하루 종일 드라마나 보아야 하는데 모여서 재미있게 논다고 하니 꼭 나오고 싶었다.
남성 못지않은 우람한 체구에서 나오는 미자 씨의 큰 목소리는 온 마을에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아침 이장의 마을방송을 듣고 회관으로 나오던 늙은 아낙들은 멀리서 미자 씨의 소리를 듣고 당산나무에 이르기도 전 다시 발길을 돌렸다.
“미자 저년 둑이 한나 차부렀구만, 악쓰는 것이 오늘은 틀렸구만”
“회관 망구들이 앞 참에 재밌드라고 해서 오늘 갈라고 했드만 그냥 집에 가야 쓰겄구만. 그나 저나 동네 구석이 잠잠헐 날이 없구만.”
“아이고 미자 저년 나이 처먹어도 전이 기가 죽들 안 허네!”
마을회관에는 회관지기 할매 세 분과 오늘 치매예방교육강사 그리고 마을사업 용역회사 직원이 마을 노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교육이 예정되었던 2시가 한참 지났다.
“오늘은 틀랬는가 보네, 밖에가 겁나 시끄럽구만, 동네 구석이 시끄라죽겄어. 우적동 일이고 머시고 간에 같이 허믄쓰제. 아주 저년 지랄염병을 허는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