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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영호 Jan 24. 2022

명태

겨울 반찬

 얼마 전 무안장에서 생태 세 마리를 사 왔다. 장모님이 시원하게 생태탕을 끓여주셔서 모처럼 맛있게 먹었다.

생태는 얼리지 않은 명태를 말한다. 겨울 생선 명태의 변신은 무죄다. 명태 생태 북어 코다리 황태 동태 등등.


 명태는 돌아가신 어머니와 다시 연결해주는 고리다.

 어릴 적 대표적인 서민 생선중  하나가 명태였다. 당시는 동해  명태가 엄청나게 잡히던 시절이다. 어머니는 김장이 끝나고 겨울이 깊어가면 시장에 나가서 명태 몇 상자를 사 오셨다.

 엄밀히 따진다면 동태였다. 동태를 물에 녹여 하나하나 내장을 따고 깨끗하게 씻어서 처마나 빨랫줄에 두 마리씩 걸어 두셨다.

  내장 일부는 젓갈을 담그셨고 또 일부는 곰밤부리나 냉이 보리순 등을 넣고 된장국을 끓여 주셨다. 추운 겨울날 어머니가 명태 내장으로 끓여주시던 내장국은 더없이 개운하니 맛이 좋았다.


 명태는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면서 코다리로 변해가면서 우리 가족의 간식과 반찬이 되었다.

 기나긴 겨울밤 야식을 즐기셨던 아버지는 덜 마른 코다리를 숯불에 구워 드시길 즐기셨다. 숯불에 구운 쫀득쫀득한 코다리 맛은 그 어떤 간식과도 바꿀 수 없는 맛이었다.


 어머니는 가끔씩 코다리에 겨울 나물을 넣고 된장국을 끓여주셨다. 그리고 가끔은 콩으로 두부를 만드셔서 두부를 넣은 맑은 코다리탕을 끓여 주셨다. 손두부가 들어간 맑은 코다리탕은 개운함에서 끝판왕이었다.


 그렇게 처마 밑 명태가 하나둘 줄어가면서 추운 긴긴 겨울도 지나갔다. 코다리가 다 사라질 즈음 겨울방학이 끝이 났다.


 지금은 전문적인 코다리찜 식당이 유행이다. 가끔씩 가족들과 코다리찜 식당을 찾는데 코다리찜은 어머니와는 연결되지 않는다. 그것은 어머니가 해주시던 음식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어머니와 살았던 시절은 먼 기억 저편이지만 나의 혀는 한 번도  어머니의 명태 맛을  익은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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