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악 족발집에서 친구들과 저녁을 먹었다. 다 좋았는데 단 김치는 먹기가 힘들었다. 하나는 배추겉절이였고 다른 하나는 갓김치였는데 설탕맛이 강하게 느껴졌다.
도청소재지 신도시 남악에 오면 늘 마주하게 되는 것이 음식에 지나칠 정도의 설탕맛이다. 농촌지역과 달리 젊은이들이 많은 신도시 음식은 빠르게 설탕맛으로 도시화되고 있다. 신도시 음식은 설탕이 점령해가고 있다. 음식에서 과도한 설탕 문제가 대두된 지점을 정확히 짚는다면 음식전문가 모 씨가 뜨면서부터다.
텔레비전에서 김치찌개를 비롯한 모든 음식에 설탕을 들이붓는 모 씨의 음식을 사람들은 맛있다고 극찬을 한다. 모 씨가 설탕의 달콤함으로 사람들의 입맛을 훔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모 씨가 음식전문가로서 등장한 이후 설탕 판매량이 실제 엄청 늘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설탕을 넣은 음식은 실제로 맛있을까? 아니면 사람들이 맛있다고 하니까 맛있게 느끼는 것일까?
나는 설탕을 매우 싫어한다. 팥칼국수에도 설탕을 넣으면 먹지 않는다. 설탕의 달콤함만 남아 입맛이 떨어지고 만다. 특히 밥을 먹는 동안에는 단것을 먹지 않는다. 식전에도 마찬가지다. 단맛이 다른 맛을 느끼지 못하도록 만들기에 밥을 먹기 전과 먹는 과정에는 절대 설탕을 먹지 않는다. 설탕맛으로 인해 다른 다양한 맛을 감지하지 못하게 되어서이다. 단것은 식후에만 먹는다.
식습관의 문제는 각자의 선택 문제다. 그러나 식습관 이전에 잡식동물인 인간의 오장육부와 인간이 맛을 왜 오미라 했는지 정도는 살펴볼 필요성이 절실해 보인다.
잡식동물인 인간의 입장에서 섭취하는 영양의 다양성은 물론이고 맛의 다양성 또한 중요한 문제다. 애시당초 사람은 특정한 음식이나 맛으로 편식을 하면 안 되도록 설계되었다. 맛도 영양도 골고루 균형 있게 먹어야 건강이 유지된다. 인간이 정의한 오미는 달고 짜고 쓰고 시고 매운맛이다. 인간의 오장육부 또한 장기마다 관장하는 맛과 성질이 다르다. 맛과 영양이 한쪽으로 치우치면 몸은 균형을 잃게 된다.
설탕전도사 모 씨의 음식관이 큰 인기를 얻게 된 배경이 한국인의 설탕섭취량의 부족해서 출발하게 되었는지는 밝혀진 바가 없다. 왜 갑자기 모든 음식에 설탕이 많이 필요하게 되었는지? 그것이 한국인의 요리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인지 몸의 영양적 불균형으로 인해 필요해졌는지 정확하게 해명된 것은 없다. 단지 어느 날 그가 요리하는데 설탕을 기본적으로 사용했고 그것을 출연자들이 맛있는 것으로 정의하면서 그를 따라 사람들이 모든 요리에 설탕을 과다하게 사용하기 시작한 현상이다.
여기서 모 씨를 비롯해 누구누구의 잘잘못을 탓할 수는 없다. 누가 강요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저 사람들은 그들이 맛있다고 하니 그의 방법을 따랐을 뿐이기 때문이다. 선택은 각자가 한 것이다.
나 또한 음식을 선택하는 입장에서 현재의 양상을 바라보고 사유하는 게 맞을 것 같다.
모 씨의 음식문화가 대한민국을 빠르게 점령하고 있는 과정에서 최소한 모 씨 유행이전의 음식문화에 대한 생각은 필요해 보인다. 모 씨가 유행하기 전 전통의 음식문화에서 설탕 부족으로 인한 문제는 찾기 어려울 것 같다. 한국인들이 음식에서 필요 설탕량이 부족했는지에 대한 검증도 어려워 보인다.
그런 문제에서 출발하기보다는 단맛이 맛을 정의하는데 중요한 문제로 그냥 받아들여진 것이다. 맛에 관한 자연주의의 소멸과 연관성이 높다. 사람들은 갈수록 자연과 멀어지고 인공적인 맛에 되취되고 있다.
내가 우려하는 지점이다.
한국음식의 출발은 장된장과 김치다.
전통의 장된장은 소금이 기초다.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장된장에는 설탕이 빠지지 않는다. 우리가 음식의 간을 본다 할 때 간이란 사람의 장기 간의 필요 염도를 말한다.
소금이 모든 음식맛의 출발이 되는 과학적 근거다. 그래서 조상들은 간을 맞추는 기본수단을 소금으로 발효시킨 장된장을 사용한 것이다.
나의 기억 속에는 김치에 넣는 어머님의 모습은 없다. 설탕 대신 무나 사과 배 양파를 넣어 단맛을 내셨다. 그 단맛은 느끼함과 거부감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그 맛을 오래도록 추억하고 찾는다.
우리는 지금 혀의 달콤함만에 너무 도취된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달콤함에 도취된 나머지 자연의 짜고 쓰고 신맛을 자꾸 밀어내고 있지는 않은지 고민해야 한다. 달고 짠맛 위주의 자극적인 맛에 도취되다 보면 자연의 맛을 잃게 된다. 식재료 본연이 갖고 있는 본연의 순수맛을 가려보지 못하게 된다.
설탕의 단맛을 높이다 보면 소금양도 더 증가하게 된다. 달수록 짜지고 매워지는 게 현대 음식이다.
자연에서 생산되는 모든 식재료는 다양한 맛을 내포하고 있다. 추위를 견지고 자란 시금치는 설탕을 넣지 않아도 달고 맛있다. 추위 속에 자란 노지 상추는 단맛과 쓴맛을 함께 지닌다. 갯벌에서 자란 감태는 쌉싸름하면서 감칠맛이 난다.
농사를 짓다 보면 단맛이란 게 자연이 스스로 만들어내는 맛이란 걸 느끼게 된다. 그것이 진정한 단맛이다. 도시화가 문명의 무조건적 발전이라고 여기는 편견을 버리고 자연이 왜 소중한지 깨달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