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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을 찾다.

by 정영호

내가 가장 맞지 않는 일이 농부란걸 깨달은 게 얼마 되지 않는다. 새로운 것에 대한 탐구심이 많은 나는 진득하게 농사일을 잘 못한다. 늘 생각이 많고 생각을 따라 새로움을 추구한다.

그래서 지금은 신문사에서 글을 쓰며 농사와 병행하고 있다.


농부와 어울리지 않지만 포기할 수 없는 것은 맛이다. 농사의 지향은 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우리가 짓는 농사의 목적지는 인간의 몸이고 혀를 통해 목적지에 도달한다.

배고픔이 사라진 시대 혀는 농사의 지속여부를 결정하는 일차 관문이다. 우선 미각을 통해 합격을 받아야 지속된다. 현대농업은 혀를 만족시켜야 한다.

30여 년의 농사를 통해 수많은 먹을거리를 직접 먹어보고 어떻게 농사짓는 것이 그것의 제대로 된 맛을 찾을 수 있는지를 터득하게 된 것은 값진 소득이다.


그러면서 내가 내린 결론은 인위적인 것일수록 맛의 다양성이 사라지고 자연적인 것일수록 다양성이 살아난다는 점이다.

야생의 산나물이 갖는 진향 향기와 다양한 맛은 재배 즉 농사를 통해 만들어지지 않는다.

야생의 과일은 다양한 맛을 지니지만 재배한 과일은 단맛만이 지향점이다.

가축을 기름에 있어 배합사료만 줄이면 고유의 고기맛이 살아난다.


맛의 원천은 자연이다. 맛은 공장화되는 순간 다양성을 상실하고 획일화된다. 맛을 찾는 여정은 자연과의 공존의 길이다. 그리고 그 길은 너무도 황홀한 탐험의 여정이다.

자연의 맛은 달고 짜고 맵다는 획일화된 맛이 아니다. 짭조름하고 달짝지근하며 매콤하며 알싸하고 개운하며 시원한 맛이 자연의 맛이다.

자연의 맛은 우리 언어의 화려한 말 축제이기도 하다. 우리는 지금 공장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스스로 맛을 버려가고 있다. 공장이 문명의 총화로 느껴지지만 그것은 스스로 만든 협소한 감옥에 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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