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깨달은 바는 있다.

by 정영호

나의 농사를 돌아보면서 이렇게 스스로 정의했다.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깨달은 바는 있다'

나는 농사를 통해 자본주의적으로 성공하지는 못했다. 큰돈을 벌지도 못했고 크게 유명해지지도 못했다. 가족들과 먹고살아야 했기에 돈을 쫓기도 했지만 돈을 전부로 삼지 못했다. 돈 이전에 가치와 나의 양심에 대한 물음이 앞섰다. 공장화된 동일한 가치대신 고유한 나만의 가치를 추구하고 싶었다. 그리고 최소한 우리 가족의 먹을거리라는 양심의 선을 정했다. 그것은 최소한의 안전성과 지속가능성에 대한 양심의 선이었다. 그래서 나는 성공하지 못했다.

하지만 나는 깨달은 바가 있다. 그것은 자연과의 조화와 지속가능성이었다. 농사를 통해 자연과의 조화를 이루고 싶었고 그것을 통해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고 싶었다. 현대농업에서 자연과의 합일을 주장하는 것은 어리석음과 다름없다. 그것은 성공하지 않겠다는 다짐과도 같다.


결국 성공과 깨달음은 공존할 수 없다는 것이 나의 깨달음이기도 하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맛을 찾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