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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

by 정영호

치열했던 삶은 절망과 함께 멈추어선 채

한 발짝도 더 나아가지 못하고

그저 쓰러지지 않기 위해 간신히 버티고 있다.

늘 나아가길 원했던 내 의지는

원망과 절규로 돌아섰고

정처 없이 지난 세월의 추억에 파묻힌 채

멈추고 말았다.

누군가 날 위로하려 하지만

그마저 두려워 돌아서고

홀로 외로움에 몸서리친다.

거창한 목표 따위도 없었던 미천한 삶이었건만

여기가 내 종착지는 분명 아닐진데

내게 남은 힘이 없구나

지나쳐온 것인지?

버텨온 것인지?

견뎌낸 것인지?

세월은 무심코 멈추어선 내 삶을 조롱하며 비껴간다.

어찌하여 평범한 일상마저

호사란 말인가?

그마저 탐욕이라면 세상사 바랄 것이 무엇이랴

또 견디라 하니

난 어이 이 무상한 시절을 견뎌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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