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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나무

우적동 봄을 그리다(5)

by 정영호

2월이 지나고 3월에 접어들었다. 기온이 오르고 봄비가 내리면서 온갖 나무와 풀이 어여쁜 존재감을 과시하는 중이다.

우리 집 정원에 동백도 몇 송이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색이 수수하니 곱고 자태가 참 어여쁘다. 우리 집 정원의 동백은 참동백이 아닌 개량동백이다. 정확히 이 녀석이 누구에 의해 우리 집에 오게 되었는지는 모른다.

우리 집 터는 원래 손위 형님 소유였는데 2003년 사게 되었고 형님이 심었던 나무인 것 같다. 옛집을 허물기 전 정원을 옮기는 과정에 지금 자리로 옮겼는데 그동안 나의 관심을 얻지 못했다.

정확하게 꼬집자면 내가 별로 아끼는 나무가 아니었고 나무의 수형도 맘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아마도 길가가 아닌 안쪽에 심었던 것 같다.

우리 토종 동백인 참동백은 꽃이 시들고 지면 꽃송이가 한꺼번에 떨어진다. 그러다 보니 시든 꽃을 보기 어렵다. 참동백의 매력이다. 그러나 개량동백은 꽃색이 누렇게 변색되어 시들고 꽃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나는 과거 그 점을 비교하며 내켜하지 않았던 것 같다. 참동백과 개량동백을 비교해 가며 가치를 평가했던 것이다.

그러다 동백나무는 세월을 버팀목 삼아 스스로 예쁜 수형을 갖추어가며 자신의 존재감과 매력을 발산했다. 또한 나도 이것과 저것을 비교해 가치를 평가하는 그릇된 마음을 바꾸었다. 마음이 바뀌니 개량동백 자체의 본성에 반하게 되었다. 눈이 틔인 것이다. 어여쁘고 곱다. 꽃은 늘 아름다웠는데 내 마음이 꽃을 알아봐 주지 못한 것이다.


동백나무는 정원수로서 가치가 매우 높은 고급수종이다. 또한 오래된 동백나무일수록 그 가치를 인정받는다.


우적동에는 초기 정착민들이 수백 년 전부터 가꾸어왔던 동백나무가 아주 많았다. 하지만 수백 년 이상된 많은 동백나무는 모두 다 도둑을 맞고 말았다. 우리 집 근처에 가거리라는 곳이 있는데 이곳 동백나무는 어른이 혼자서 감쌀 수 없을 정도로 오래된 고목이었다. 그러나 깊은 산속까지 벌목을 위한 임도가 뚫렸고 90년대초쯤 포크레인을 동원한 야간작업을 통해 사라지고 만다. 도둑들이 밤에 포크레인 동원해 파가 버렸다.

만약 지금까지 보존되었다면 그 동백나무는 무안군을 대표하는 거목으로 인정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오래되고 거대하며 멋진 수형을 갖춘 보물 동백나무를 여지껏 본 적이 없다.

우리 집 반대편 골짜기에도 오래된 동백나무가 많았는데 모두 도둑맞고 말았다. 밥 먹고 사는 것에 급급했던 어두운 시절 마을 사람들은 그 깊은 가치를 알아보지 못했다.


보물은 없어서가 아니고 알아보는 눈이 없다. 우리 주변에는 보물이 넘쳐난다. 사랑하는 가족이 보물이며 풀과 나무가 보물이며 발깃에 채이는 야생화가 보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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