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적동 봄을 그리다(6)
꽃을 키운다는 것은 식물의 생로병사를 관찰한다는 것이다. 물론 꽃이 활짝 피었을 때 기쁨과 큰 성취감을 느끼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꽃이 활짝 피었을 때보다는 만개를 기다리는 설레임이 꽃을 가꾸는 보다 큰 기쁨이다. 마치 남녀가 연애를 결정하기 전 썸을 타는 시절의 감정이 진정한 사랑의 감정이라고 여기는 것처럼 말이다.
꽃을 품은 새순이 나오고 꽃이 나오길 기다리는 마음이 꽃과 사랑을 나누는 가장 행복한 순간이다.
만개하고 나면 만개의 기쁨도 잠시며 시들어갈 걱정과 아쉬움이 뒤따르게 된다. 그리고 머지않아 다시 꽃은 시들고 꽃이 없는 꽃을 기다리는 긴 기다림이 시작된다.
비닐하우스 안에서는 수선화가 제일 먼저 꽃망울을 떠트렸다. 얼마 전 수입구근을 사 와 심은 첫해 꽃으로 예쁘다. 내년에는 구근도 증식되고 꽃도 훨씬 화려해질 것이다.
노지인 현관 앞에 몇 해 전 심었던 크로커스가 노오란 망울을 졸망졸망 앙증맞게 밀어 올렸다. 노지 정원에서는 크로커스가 제일 먼저다. 크로커스는 수선화 히아신스와 비교해 개화기간이 길지 않다. 하지만 크로커스는 예쁘다. 그것으로 다른 것과 가치를 비교해서도 비교할 이유도 없다. 그저 억센 지난 추위를 견뎌내고 이렇게 샛노란 꽃망울을 밀어올림에 감사할 뿐이다.
나는 오늘도 크로커스와 수선화에게 무언의 사랑의 감정을 담아 한참 동안 마음을 나누었다. 식물과의 교감은 사랑과 지지의 마음을 눈빛으로 보아주고 생각으로 전하는 것이다. 그러면 그 눈빛과 마음은 전파로 그 식물에 물질적으로 전달된다. 이것이 바로 사람이 나누는 식물과의 사랑의 교감이다.
사랑하는 사람들과도 때로는 말 보다는 사랑 가득한 눈빛이 더 중요한 순간이 많다. 사랑은 바램이 아니며 있는 그대로에 대한 응원과 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