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적동 봄을 그리다(7)
정원에 앉은뱅이 밀을 심은 것은 겨울 정원의 황량함에 변화를 주고자 해서다. 무안은 서해안 해풍의 영향으로 내륙지방보다 겨울이 따스하다. 그런 덕에 겨울에도 밀 보리순은 녹색을 유지한다. 잔디는 추위를 못 견뎌 겨울 동안 푸른빛이 사라지고 황량한 반면 밀 보리는 푸르른색을 유지하며 평안감을 준다.
앉은뱅이 밀은 토종종자로 이름 그대로 키가 작다. 처음 앉은뱅이 밀이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호감이 생겼다. 이름이 생소하지 않았고 친숙했다. 이 만남도 정해진 운명의 인연이라 여겨진다.
봄이 밀려오는 만큼 앉은뱅이 밀의 푸른빛도 짙어지며 봄심을 자극한다.
푸르름이 주는 안도감! 앉은뱅이 밀이 주는 선물이다.
봄은 대지의 모든 생명을 흔들어 깨우는 중이다. 생명체들은 땅에 기대어 하늘을 바라보며 봄을 맞이하고 있다. 앉은뱅이 밀은 낮은 자리에 임하며 자신의 소임을 수행 중이다. 아마도 나는 앉은뱅이 밀의 이점에 반한 것 같다. 높은 자리가 아닌 낮은 자리에 임하는 것이다.
늙어 갈수록 시선을 높은 자리보다 낮은 자리에 두려 한다. 남은 여생은 오르기보다는 낮은 자리에서 채우길 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