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적동 봄을 그리다(18)
춘분이 지났다. 이제부터는 밤 보다 낮 길이가 더 길다. 당연히 춘분을 깃점으로 기온이 오르는데 지금은 4월 하순 기온이다. 몹시 당혹스럽다.
불현듯 겨울에서 봄을 제치고 여름으로 직행했다.
봄을 기다려온 꽃들은 한꺼번에 꽃잔치를 열 기세다.
매화 피고, 진달래 피고, 개나리 피고, 벚꽃피고 하는 순서가 없어져 버렸다.
봄을 잃어버린 것에 당황한 것은 식물일까? 사람일까?
올해도 봄꽃축제는 많이 힘들 것 같다. 개화시기를 사전에 가늠하기가 불가능해졌고 갑작스럽게 여름으로 가면서 개화기간이 길지 않다.
여기에 시국에 불안한 사람들이 옛처럼 움직일지 미지수다.
봄은 사라졌고 꽃은 폭발했으며 사람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이것을 굳이 봄이라 일컫는 것도 억지다.
봄이 사라진 우적동 곳곳에 꽃이 만발하는 중이다. 이것이 축제인지 절규인지 알 수 없기에 슬퍼지는 오늘이다.
이제 봄날에 봄을 그리워해야 하니 이것은 평화가 아니로다. 자연도 인간사도 최소한 정상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