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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 팔지 않으니 행복하다.

우적동 봄을 그리다(21)

by 정영호

신문사에 나가면서 3년 가까이 절반은 언론인으로 절반은 농부로 살고 있다.

가축을 키워 판매하여 소득을 올리고 논과 밭에서 짓는 농사는 팔 기 위한 것이 아닌 우리 가족이 먹을 자급용 농사다.


농사를 지으면서 발생한 수확물을 팔지 않으니 너무도 행복하다. 돌아보니 농사가 힘겨운 게 아니었고 팔아먹는 행위가 너무도 고통이었다. 매번 제값을 받기 어려웠고 농사를 지을수록 빚만 늘었다. 결국 인건비도 안 되는 농사를 접었다. 그리고 우리 가족이 필요한 식량과 텃밭농사만 아주 조금 농사짓는다.


화학비료와 농약은 일체 사용하지 않는다. 수확량을 계산할 일이 없다 보니 나오는 대로 감사할 뿐이다. 우리가 먹을 것을 제외하고 남는 것은 주변 사람들에게 나눈다.


농사는 팔 목적이 사라지면 너무도 아름다운 일이다. 농부가 농사로 고통스러운 것은 돈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돈 걱정이 사라지니 모든 것에 감사하게 된다. 우리가 먹을 것이니 당연히 비료와 농약은 필요가 없어진다. 농사는 유기농이 되고 농업의 비용이 줄어들게 되며 환경을 지키게 된다.


그 옛날 삼시세끼 먹고 살 목적의 농사가 이와 같았을 것 같다. 농사는 너무도 아름다운 행위인데 그것으로 돈을 만들라 하니 그것은 고통이 되고 만다.


우리가 먹을 것을 생산하는 농사를 짓다 보면 논과 밭에서 경작하는 것보다 자연에서 채취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이며 건강에 이로운 농사라는 것을 체득하게 된다. 결국 농사의 지향이 자연과의 공존임을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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