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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위 - 우리가 잃어버리는 것들

우적동 봄을 그리다(22)

by 정영호

머위꽃이 피었다. 화려하지 않다.

머위는 이른 봄 나오는 산나물로 산과 들에 지천이다. 특별하게 서식지를 가리지 않고 아무 데나 잘 자란다. 머위의 특징은 강한 생명력이다. 머위는 넘쳐나는 생명력으로 음지 양지를 가르지 않고 진땅과 마른땅을 가리지 않는다. 진정한 강자라 할 수 있다.

머위순은 대표적인 위를 건강하게 해주는 음식이다. 어린 머위순은 입조차 함께 먹는데 잎의 쓴맛은 떨어진 입맛을 돋운다. 된장에 묻히거나 바지락등 조개를 넣어 된장국을 끓이면 그 맛이 일품이다. 요즘에 어린잎은 쌈용으로 인기가 좋다. 줄기가 커지면 잎은 먹지 않고 줄기만 먹는데 껍질을 벗겨 나물로 먹거나 말려서 각종 탕요리에 사용한다. 지금은 점차 사라져 가는 문화인 구탕 토끼탕 오리탕등 된장과 함께 끓이는 전라도식 탕요리와 말린 머위순은 찰떡궁합이다.


머위는 스스로 잘 자라고 하나도 버릴 것이 없으니 이보다 좋은 미래 먹거리가 어디 있겠는가?


어릴 적 산골마을 우적동에 지천에 널린 머위순을 뜯어서 장에다 내다 팔 던 어머니와 마을아짐들이 생각난다. 지금은 산속 여기저기 농도가 많이나 있지만 그때는 도로가 없어 지게나 봇짐이 유일한 운송수단이었다. 남정네는 지게를 지고 아낙은 봇짐을 지고 깊은 산속까지 들어가 온종일 머위순을 뜯어다 다음날 열차를 타고 목포역 도깨비시장에 내다 팔았다. 돌아오는 길에는 생선등 밑반찬 거리를 사 오셨다. 어머니가 도깨비시장에 나가시는 날은 먹을거리가 들어오는 날이었다. 어머님의 고단하셨을 일상과 그녀를 기다리던 어린아이가 겹친다.


현대문명이 발전하고 어릴 적 정겨운 일상들은 자취를 감추었다. 우리는 편리해졌다 하는데 굳이 따져본다면 지금이 이로운지 이롭지 않은지는 구분하기 어렵다.

시간을 재촉했지만 그리운 정은 멀리 사라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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