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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기사과나무

우적동 봄을 그리다(29)

by 정영호

40년이라는 세월이 흘러 이 자리에 섰다.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어릴적 우리집을 새로 짓고 아버지께서 산에서 캐오셔 마당에 심으셨다.

어릴적엔 사과나무에 별 관심이 없었다.

그러다 현재 우리집 터에 처음 식당을 열었던 세째형이 큰형님께 달라고하셔 이터로 옮겨 왔다. 그것이 2001년인가 2000년인것 같다.

그리고 몇해뒤 내가 이터를 혐님에게 사서 지금의 터에 옮겨 심었다.

그러고보니 이 나무는 내삶의 중요한 부분을 함께 했다. 아버지와 내가 여전히 연결된 고리이기도 하다.

오랜세월을 함께하며 애정을 쌓아온 셈이다.

처음에는 이녀석을 어떤 모습으로 키워낼지 목표가 없었다. 전정을 해놓고도 어딘가 아쉬움이 남았고 나의 전정 실력을 원망했다.

수도없는 교감을 나누던 어느날 이 녀석에게 어울리는 수형이 문득 떠올랐다. 그리고 또 몇해의 시간이 지나서 지금의 원뿔형 모습을 갖게 되었다. 그것이 3년 전 일이다.


매일 사과나무에게 애정의 시선을 던지고 관심을 표현한다. 어디 다친 가지는 없지는 해충은 없는지?

식물과의 교감은 오랜 시간이 걸린다. 나는 그것이 나의 일방성이 아니란것을 안다. 교감을 통해 신뢰가 쌓이고 서로가 그것을 표현한다. 늘 나무에게 감사하다. 나와 가족은 나무를 통해 행복감을 나눈다.


사과나무는 사계절에 맞는 멋진 자태를 보인다. 그래서 더욱 애정이 간다.

봄에는 너무도 화사한 꽃을 피우고

여름에는 풍성한 잎으로

가을에는 앙증맞은 사과열매로

겨울에는 지금의 모습으로


2023년 12월 9일 페이스북


올해도 사과나무는 귀한 자태로 꽃과 순을 나날이 밀어올리고 있다.

우리 조상들은 나무에게 정령이 있다고 믿었다.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으로 당산나무를 심고 안녕과 평화를 빌었다. 사과나무는 우리집의 역사를 지켜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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