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적동 봄을 그리다(32)
매년 벚꽃이 필 무렵 소들은 축사에서의 생활을 마치고 초원으로 나간다.
좁은 축사 안에서 답답했던지 마냥 신이 나 풀밭으로 뛰어간다. 녀석들이 얼마나 초원이 그리웠을지 이해가 간다.
풀밭에 들어가자마자 풀을 뜯느라 정신이 없다. 소에게는 최고 맛난 음식이 생풀이다. 소가 생풀을 먹으면 똥이 물어진다. 마친 전을 부치듯 묽은 똥을 싼다. 생풀은 소 몸속의 모든 지방을 녹이는 작용을 하며 고기맛을 좋게 한다.
농촌에 들어오면서 늘 소를 초원에 방목하여 키우는 꿈을 꾸었다. 그리고 그 꿈은 5년 전에야 현실이 되었다. 소들이 뛰어노는 곳은 원래 돼지 방목장이었는데 정부가 돼지방목을 전면 금하면서 소 방목지로 바꾸고 소사육을 시작했다.
한우가 아닌 젖소종인 홀스타인이다.
처음에 홀스타인을 키우겠다 하니 주변에서 우려가 컸다. 한우는 고급종이고 홀스타인은 저급종이라는 굳어진 인식 때문이었다.
내가 홀스타인을 선택했던 이유는 방목사육에 최적화된 종이고 생풀을 먹이면 고기맛이 좋아지리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홀스타인은 한우에 비해 유순하며 풀사료를 효율적으로 이용한다. 풀만을 먹고도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한우보다 빨리 자란다. 여기에 송아지값이 매우 저렴해 사육원가를 줄일 수 있기에 가격경쟁력을 지니고 있다.
홀스타인은 젖 즉 우유생산을 목적으로 송아지를 생산하기에 송아지 값은 한우의 1/5 정도 수준이다.
홀스타인이 고기맛이 안 좋다는 인식은 마블링 위주의 등급제가 만들어낸 편견이다. 모든 가축의 고기맛은 먹는 사료가 그 맛을 결정한다. 소가 생풀을 먹으면 생풀의 맛과 향이 난다. 소가 건초를 먹으면 대부분 고기맛은 무맛이 된다. 마른 건초는 생풀에 비해 맛이 없다. 소는 생풀이 없을 때만 마지못해 건초를 먹는다. 자연의 이치 그대로 소는 무엇이 이롭고 맛난 것인지 알고 있다.
가축사육에서 내가 정한 원칙은 자연의 섭리 이치대로 키우는 것이다. 소는 초원에서 풀을 먹고 돼지와 닭도 흙을 먹고살도록 해주는 것이다.
먹거리에 관한 나의 생각은 자연의 섭리대로 농사짓으며 최대한 인위적 가공식품 섭취를 자제하는 것이다.
소들이 초원을 누비는 풍경은 우리가 잃어버린 평화이며 자유다. 그것을 되찾으려면 잘못된 인식을 깨부수어야 한다. 모든 것들이 경험에 기초하지 않은 외움이 만들어낸 거짓임을 깨우쳐야 한다.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은 무조건 외우기로 굳어진 자아인식을 깨부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소의 집은 축사가 아닌 저 푸른 초원이다. 그것이 인간의 집인지 동물의 집인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