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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바람 그리고 나무

우적동 봄을 그리다(38)

by 정영호

나는 구름이었다.

저 하늘 어디쯤 머물다 사라지는 구름

지나오면 그뿐 그 어디서 머물 수 없는 한 조각 구름

지나온 길도 없으며 갈 곳도 없는 나는 하늘 위 한 조각구름이었다.


나는 바람이었네

멈출 수 없는 바람

멈추는 순간 사라지고 마는 대지를 떠도는 바람

지나온곳 많지만 머물 수 없으니 나는 떠돌이 바람이었네

머물 수도 붙잡을 수도 없는 나는 바람이었네


나는 나무이고 싶었네

한결같이 그 자리에서 선 나무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그 자리에 나무처럼 서길 바랐네

나는 천년을 산 나무에 잠시 내려앉은 구름이었다.

나무를 스쳐 지나가는 바람이었다.

머무를 수 없고 멈출 수 없는

나는 어디에서 왔으며 또 어디로 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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