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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영호

지난밤 꿈에 큰 놈을 만났다.

딸과 함께 무슨 시험을 보았는데 딸은 먼저 문제를 다 풀었고 나는 문제를 풀지 못해 헤매는 꿈이었다.

딸은 나에게 걱정하지 말라고 다 풀 수 있다고 했다.


녀석을 보내고 난 후 꿈에 나오면 내가 알아차리는 순간 녀석의 모습이 사라지는 꿈이었는데 지난밤 꿈은 내가 꿈을 깨고 나서야 알아차렸다. 진짜로 내게 왔구나.


아빠가 힘들다는 것을 알고 있는 큰 놈이 나를 위해 꿈에 찾아왔구나.

늘 그랬듯이 어려움에 걱정하지 말라고 다 잘될 거라고.

그렇게 위로하기 위해


살아있다는 자체가 고통스럽지만 살아있는 나는 내가 선택했던 삶과 과제를 마쳐야 생을 마감할 수 있다. 녀석은 너무도 짧았지만 운명이 선택했던 과제를 모두 마치고 먼저 가서 쉬고 있다.


그렇구나

나의 영혼과 우리 딸의 영혼은 연결되어 있다. 영혼은 나의 애절한 운명을 알고 있으며 딸은 영혼을 통해서 나를 위로하고 있다.


슬프고 화나고 괴롭지만 나는 녀석과 함께 할 수 없는 남은 생을 살아야 기쁘게 다시 그 녀석과 조우할 수 있다.

더는 운명에 저항하지 말고 그대로 받아들이자. 그것이 살아있는 내가 먼저 간 딸을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책이다.


돌이켜보면 내가 바랬던 것은 일상의 평온이었다. 그러나 내 운명은 그마저도 사치임을 내게 말한다. 또 그렇지만 그것들을 받아들이고 평온을 다시 찾으라 말한다.


하늘의 별이 된 우리 딸 너무 걱정하지 말거라. 아빠가 용기 내서 정해진 숙제 마치고 금방 찾아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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