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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영호 Nov 02. 2021

전라도 생고기 문화

음식문화의 다양성

2017년 6월에 페이스북에 쓴 글입니다.


학생 시절 서울에서 있었던 일이다.  식육식당에 생고기가 적혀있어 생고기를 달랬더니 생고기는 나오지 않고 구이용 냉장육이 나왔다.  


 주인장 말하길 서울에서 생고기는 얼리지 않은 냉장육이란다.  진짜 생고기를 바랬던 전라도 촌놈들은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  그러면서 그 주인은 우리를 별것을 다 먹는 이상한 사람들로 여겼다.


 전라도 사람들의 생고기 문화는 냉장기술이 없던 시절의 자연스러운 문화다.  

 바다 생선을 회로 먹는 것은 고급 문화고 육식동물을 회로 먹는 것은 이상한 행동으로 여겨져 왔다.  


 실제 생고기는 가장 소화흡수가 잘된다. 전라도 사람들은 모든 가축의 생고기를 즐긴다.  기름소금과 된장 묵은 김치만 있으면 훌륭하다.


 조선 영정조 시대의 기록에 의하면 조선에서 하루에 도축되는 소가 500마리였다고 한다.  남북을 합해서 한시군에서 한 마리 이상의 소를 잡아먹었던 것이다.  

 냉장고가 없던 시절 겨울철이 아닐시에는 당일 소비가 이루어졌고 방식은 생고기가 주되였다.  특히나 따뜻한 지역인 전라도에서는 더욱 그러했을 것이다.  

 어머님께 들었던 고기 보관방법은 된장에 묻어둔 것이다.  겨울에 노루를 잡으면 그 고기를 된장에 묻어두었다가 장아찌처럼 드셨다 하셨다.  

 아마도 돼지고기나 소고기도 그리 보관했을 텐데 그 양은 아주 소량이었을 것이다.  


 어릴 적 몽탄 소재지에 10개가 넘는 식육점이 있었다.  식육점마다 생고기를 취급했고 특히나 한집은 돼지고기 육회로 유명했다.  아버지가 논일을 나가실 때면 그 집에 들러 돼지 육회 한 접시와 막걸리를 사서 논으로 가셨다.  그 육회 맛이 좋아 아버지의 논일에 늘 동행했다.  


 지금은 한우고기 생고기는 더 이상 서민의 고기가 아니다.  어쩌다 가끔 손님을 만날 때나 먹는 귀한 고기가 되었다.  

 한우고기의 마블링 실체를 이해하면서부터는 그 좋아하던 소고기 생고기는 더는 먹지 않는다.  


 돼지고기 육회를 파는 집은 이제 한국에 없다.  4년 전부터 한국 정부가 위생의 미명 하에 예냉제를 들여와 돼지고기 생고기 유통을 금지했기 때문이다.  

 육류는 익힐수록 질겨지고 소화흡수가 덜된다.  화식을 돼지들에게 시키면 냄새가 아주 역하게 난다.  생식보다 소화흡수가 잘 안되기 때문이다.  


 문화란 고급과 저급이 있을 수 없다.  일본 미국의 점령기 100여 년의 역사 속에 한국의 전통과 문화가 저급화 취급되고 물 건너온 일본 미국의 문화는 선진문화로 찬양되었다.  

 역사를 거쳐 만들어진 만들어진 모든 문화는 그 자체로 가치가 있다.  반만년 유구한 전통이 100년 동안 미개화되고 저급화되었다.  

 모두가 나라와 민족의 자주권이 없기 때문이다.  


 여전히 국가의 관리를 선택하는 기준은 물 건너왔냐?라는 것이 주류가 되고 있다.  그래서 한국이 암울하다.  그래도 기대하며 바란다.  조금씩이라도 달라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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