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 수확을 물어보는 전라도 말이다. 나락을 과거에는 홀태라는 농기구로 홀툰것에서 유래된 말이다.
'나락 잘 되았데?'
벼농사가 잘되면 이리 표현한다.
'나락 다 몰랬는가?'
벼를 다 말렸는가를 묻는 말이다.
나락이라는 우리말은 이제는 촌놈들만 쓰는 말이 되었다. 농부들은 벼라는 말을 잘 쓰지 않는다. 그리고 나락 방아를 찧으면 쌀로 구별해서 부른다.
벼가 어릴때는 모라고 부르고 모를 심고 나면 나락으로 부른다.
'나락 잘 풀리데'
이러면 벼가 잘 자라더라는 표현이다.
'올 나락값은 좋든가?'
나락값을 묻는 말이다.
어제 콤바인이 와서 나락을 홀타주고 갔다. 작년보다는 수확이 늘었다. 고마운 일이다. 이삼일 말려서 방아를 찧을 계획이다. 200평 우리 집 식량용 나락 농사만 짓는다. 우리 집은 식구가 여섯인데 우리 집 또한 밥은 갈수록 적게 먹는다. 매년 쌀이 남아서 결국 재배 면적을 줄였다.
마당에 나락을 펴서 널으니 옹글지다.
모든 소농들이 공감하듯이 소규모 쌀농사는 효율성이 없다. 벼농사에 이용되는 기계 전반이 공공적으로 사용되지 못하면 곧 정리될 운명에 처했다.
기계를 작업하는 사람 입장에서 소규모 논은 효율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갈수록 농사는 전문화와 규모화가 진작되고 있다. 기계를 비롯한 기반을 갖춘 이들만 리그에서 살아남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
올해도 나락 농사를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이 많았는데 내년에도 또다시 고민된다.
참 배부른 세상이다.
배부르고 등따순것은 별로 중요치 않은 세상이다.
나락의 다른 뜻은 불교에서 비롯되었는데 '구원할 수 없는 마음의 구렁텅이' 뜻으로 사용된다. 나락에 떨어지다. 회복이 어려운 참담함을 이르는 말이다.
나락 농사가 부디 나락에 떨어지는 일이 없기를 소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