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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영호 Oct 27. 2021

나는 소농이다.

흙돼지 이야기(4)

 내가 돼지를 키운다 하면 만나는 사람들이 우선 묻는 질문이

  '몇 두나 키우시나요?'

  '조금 키웁니다. 60여두입니다.'

 이렇게 답한다.

그러면 바로 돌아오는 질문이 

'모돈 60두요?'

이렇게 다시 반문한다.

 '아니요. 모두 합해서 60두입니다.'

 그러면 그렇게 조금 키워 어떻게 밥 먹고 사느냐고 묻는다.


농민들에게 돼지를 사육하는 규모는 모돈 숫자로 인식되어 있다. 모돈수 곱하기 20 하면 년간 출하 수가 된다. 모돈 백 두면 연간 출하 두수가 2000두 정도다. 2000두에 수익 5만 원을 곱하면 년간 수익이 대략 1억 원 정도다.


 전국적으로 돼지 60두를 키우는 농가는 거의 없다.

 년간 출하두수는 50두 내외다. 2주에 한 번씩 두 마리씩 소비자와 직거래를 통해서 판매하고 있다.

 직거래에 참여하는 고객은 500여 명이다.

 최소 1년에 한 번 이상 거래하는 고객 수다.


  소규모 사육이 가능하려면 계통출하로는 생계를 유지할 수 없다.

직거래가 필수적이며 가격 결정에서 소량 판매를 통해서도 농민의 삶이 보장될 수 있도록 값이 결정되어야 한다.


 2년 전 처음으로 돼지고기 값을 인상했다. 마리당 판매 수익이 작아서 생존을 위해서는 사육두수 즉 판매 두수를 늘리거나 고깃값을 올려야 했다.

 사육두수 및 판매 수를 늘리는 방식은 결국 생산에서 추가적인 비용 부담이 발생해 규모를 더욱 확대해 가야 하는데 결국에는 대량 사육과 밀식의 함정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았다.

 이점에 대해 소비자들과 합의하고 결국 판매가를 높이는 방향으로 결정했다. 처음에는 가격 인상에 따른 매출 감소 문제가 나타났지만 길게 가지 않고 판매량이 회복되었다.


 우리 농장 흙돼지고기 부위별 판매가는 밀식사육 돼지고기와 많이 다르다.

 기존 돼지고기 값은 삼겹살 목살은 비싸고 다리살은 매우 저렴하다. 이것은 사육 특성에서 기인되는 문제와도 연결되어 있다. 좁은 공간에서 밀식 사육하다 보니 다리 근육이 발달하지 못한다. 다리살은 맛도 떨어지고 값도 저렴하다.

 반면 우리 농장 흙돼지는 운동량이 많아 다리 근육이 발달하고 다리살의 품질이 우수하다. 그러다 보니 삼겹살 목살과 비교해 다리살 값의 차이가 작다. 직거래는 제품의 고유에 특성에 기초해 품질과 가격이 결정된다.


 직거래는 생산자가 가격 결정권을 지니고 있다. 이것은 직거래의 장점이다. 그렇다고 하여 생산자가 소비자나 시장의 동향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값을 정하지는 않는다.

 직거래는 생산자의 이름을 거는 만큼 품질향상에 책임성이 높다.


 현대 농업의 주 특성은 전문화와 규모화다. 상대적으로 소농은 지속적으로 소멸해 왔다. 소농과 대농 중 무엇이 절대적이라는 논리보다 각자의 필요성이 인정되어야 마땅하다.


 나는 소농을 선택했다.

내가 돼지를 키우는 방식은 비주류이지만 지속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사료를 절대적 수입에 의존하는 밀집사육 방식은 현재에서는 편리할 수 있으나 지속 가능하지는 못하다고 본다. 언제든 기후위기나 식량위기가 도래하면 매우 어럽게 될 구조다.


나는 소농이다.

현재 소농이라는 반사회적 도전은 늘 위태롭다. 주류가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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