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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영호 Oct 26. 2021

돼지 똥은 더럽지 않다.

흙돼지 이야기(3)

돼지 똥을 더럽힌 것은 인간의 오만이다. 돼지 똥이 더럽다고 여기는 것은 인간의 오만이 낳은 편견이다.


 어릴적 농가에서 한두마리씩 키우던 돼지가 생각난다. 현재의 고정관념으로 본다면 더러운 돼지를 어떻게 집에서 키울수 있었을까? 조상들은 냄새가 나는 돼지 똥을 불편해도 감수했을까? 아니면 조상들이 키웠던 돼지 똥은 냄새가 심하지 않았던가?

 또 그럴수도 있다. 적당히 냄새도 심했고 적당히 불편함을 감수했을수도 있다.


과거 농경사회에서 돼지 똥을  비롯한 모든 똥은 부의 상징이었다.

 화학비료가 나오기 전 농경사회에서 땅을 거름지게 만들어 곡식생산량을 늘려주었기 때문이었다. 똥을 바라보는 입장과 태도가 바뀐 것이다. 농경사회에서 현대산업사회로 진입하면서 농업의 중요성이 경시되었고 똥은 재산에서 혐오 대상으로 태도가 달라졌다.


 십여년의 흙돼지 사육의 경험은 똥을 결정하는 것은 먹이라는 것이다.

 돼지가 더러운 것을 먹으면 똥 냄새 또한 악취가 심했다. 대신 깨끗한 것을 먹으면 똥 냄새가 별로 나지 않았다. 농장을 방문하는 모든 사람들은 우리 농장에서 분뇨 냄새가 없다는것에 놀란다.

 우리집 돼지들에게 시중에서 판매하는 배합사료를 먹이면 똥에서는 심각한 냄새가 났다. 냄새의 원인은 배합사료다. 정확하게 배합사료의 무엇이 냄새를 유발하는지 까지는 밝혀내지 못했다. 그점은 만든이들이 잘알고 있을 것이다.


  돼지는 밥먹고 자는공간과  똥 오줌을 누는 공간을 구분하는 청결한 가축이다. 돼지가 자유롭게 움직일 공간만 보장해주면 돼지분뇨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똥이 혐오의 대상이된 원인중 하나는 밀집 사육이다.

창이 없는 무창돈사의 좁은 공간에 많은 돼지를 빠르게 키우고 싶은 욕망의 결과물이다.

 이렇게 발생한 똥과 오줌은 곧바로 퇴비로 사용될수 없다. 환경부에서는 돼지 분뇨를 폐기물로 지정했다. 폐기물을 퇴비로 정화시켜내는데는 비용이 많이 들어가고 이것은 국민의 세금으로 부담된다.


 반대로 소규모 사육을 하고 배합사료가 아닌 자급사료로 사육해서 나오는 똥은 곧바로 농토로 돌아갈 퇴비라는 자원이 된다.


 기후위기 시대에 축산업은 탄소공장이지만 그 누구도 공장식축산이라는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려하지 않는다.

 이미 우리의 식욕은 고기에 길들여졌고 GMO 곡물로 고기를 제조하는 공장을 멈추려면 GMO와 연동된 우리 농업 전반을 뜯어고쳐야 한다.


 우리 모두는 알지만 당장에 바꾸어 나갈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마치 개울리를 넣은 솥을 끓이면 반응하는 개구리와 똑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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