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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영호 Nov 06. 2021

하이에나

개척자/향유자

 초원의 하이에나는 무리를 지어 다니며 사자 등 큰 육식동물들이 먹다 남긴 먹이를 먹고 산다. 그래서 하이에나는 초원의 청소부로 불린다.

 사자는 밀림의 왕이지만 실질적인 왕의 힘을 누리는 것은 하이에나다.  


인간 사회에서도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사자와 같은 부류가 있는 반면 남이 개척한 먹이를 훔치는 하이에나 같은 이들이 있다. 특히 사회운동에서 이런 비슷한 사례를 수없이 되었다.  


 초창기 개척자들에게는 남들이 가본 적이 없는 새로운 길을 가다 보니 엄청난 고난이 뒤따른다. 사람들을 조직하는 것은 물론이며 조직된 사람들을 통해 새로운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운동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간다. 어떤 단체건 일정 정도 그 단체의 정체성을 사회안에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이 따르기 마련이다. 초기 개척자들의 노력으로 단체의 정체성과 일정한 영향력이 만들어지면 그 다음에는 하이에나들이 몰려든다.

 하이에나들은 대부분 새로운 방향성을 모색하거나 조직의 힘을 키우는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초기 개척자들이 만들어 놓은 힘을 개인적인 것으로 약탈하는 일에 몰두한다.

 이렇게 되면 초창기 공공성은 사라지고 앙상한 뼈만 남게 되어 사회적 지탄의 대상으로 되고 만다. 결국 하이에나의 입장에서 아무것도 더 이상 얻어 갈 것이 없게 되면 단체는 청산의 길로 접어든다.  


 그동안 세상을 바꾸어 보겠다며 나섰던 세월속에서 수없이 많은 인간 하이에나들을 만나왔다.  

 그런데 재미난 것은 사람들의 평가다.

사람들은 하이에나보다는 사자에게 책임을 묻는다. 그래도 사자는 리더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전체로서 사람을 나눈다면 대다수 사람들의 지향은 하이에나다. 사자는 리더지만 진정으로 왕의 권리를 누린 것은 하이에나였다.  


 어쩌면 이것은 인간사회의 작동원리 인지도 모른다. 길을 개척하는 자와 길을 이용하는 자가 다르다. 세상을 바꾸는 자와 바뀐 세상을 향유하는 자가 다르다.

 여전히 하이에나들은 사자의 사냥을 지켜보고 있다. 결국 사자가 얻은 것은 하이에나 떼에게 받은 상처뿐이다.

 

 사자는 수많은 영광의 상처 뒤 교훈을 얻었다.

잡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하이에나에게 뺏기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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