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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영호 Nov 10. 2021

된장은 모든 음식의 기초다.

된장의 쓰임새

우리 집에서는 고기를 먹을 때 날 된장과 함께 먹는다. 기름소금 보다 된장과 함께 먹을 때 맛이 한층 더해진다. 이것은 어려서부터 어머니 아버지를 통해 우리 형제들에게 전달되었고 다시 우리 가족들이 고기를 먹는 문화가 되었다.

 대계 사람들은 고기를 먹을 때 된장에다 고추장을 섞거나 갖은 양념을 섞어 만든 쌈장이나 마트에서 판매하는 쌈장을 먹는데 우리 집에서는 항아리에서 막 퍼온 된장을 그대로 먹는다.  그것은 우리집 된장 맛에 대한 자신감이기도 하다.


  전라도 말로 된장지라 일컫는 채소 겉절이는 내가 좋아하는 음식 하나다. 여린 무잎으로 된장 마늘 양파 고추 식초 고춧가루와 함께 조물조물 버무려 만든다. 여기에 깨소금 참기름을 곁들이면 완성된다.

 된장지가 반찬으로  나오는 날이면 으레 양푼채 밥을 섞어 비빔밥을 즐긴다. 어릴 적부터 좋아했던 식습관이다. 결혼을 하고 아내가 어머니를 대신해서 맛난 된장지를 만들어주고 있다.


 된장지는 철에 따라서 여러 종류가 있다.

이른 봄에는 불미나리 머위잎 두릅 취나물 등 모든 나물을 살짝 데쳐서 된장에 묻히면 된다. 모든 나물을 된장에 묻힌 것을 좋아한다. 된장 마늘 참기름 깨소금이면 나물의 참맛을 즐길 수 있다. 된장에 묻히면 속이 편하고 소화흡수가 잘된다. 된장 자체가 장까지 살아가는 토착미생물이기에 그렇다. 그리고 된장은 단백질이 풍부해 채소와 궁합이 잘 맞는다.

 여름에는 고구마순과 메밀순  열무잎 등이 제격이다. 요즘에는 메밀순의 경우 재배농가가 사라져 귀해졌다. 늦여름 대표 나물 중 하나다. 많이 먹으면 손이 약간 저리는데 건강에는 문제가 없다. 메밀순을 살짝 데쳐서 된장으로 묻혀서 양푼에 그대로 보리밥을 넣어서 가족들이 숟가락을 들고 먹었던 기억이 난다. 어머니의 손맛이 그대로 전달되었다. 메밀순 된장지에 늦여름 붉은 고추를 송송 썰어 넣으면 매콤해서 땀을 뻘뻘 흘리면서 먹었다.

고구마순도 데쳐서 된장과 함께 식초로 된장지를 만들면 맛나다. 고구마순은 약간 질겨서 데쳐서 대바구니에 몇 번 치대어 사용하셨다. 부드러워지고 식감이 좋아진다.

 열무는 콩밭 사이사이 뿌려 두었다가 콩밭에 김 메기 하실 때 솎아오셔서 맛있는 된장지를 만들어 주셨다.


 된장은 오리탕 토끼탕 명태탕 아귀탕 등 탕과 국을 끓일 때 없어서는 안 된다. 어머니는 어릴 적 아귀찜 보다 아귀 된장국을 많이 끓여 주셨다. 아귀를 크게 토막 내어 보리순이나 곰밤부리 냉이등을 넣고 된장으로 간을 하면 너무도 맛이 좋다. 추운 겨울을 이겨내는 대표 보양식 중 하나다. 토끼탕은 토끼고기를 뼈째 토막 내어 된장과 함께 푹 고아서 여기에 말린 머위순이나 토란순 고구마순 등을 넣고 끓이셨다. 그러면 오래도록 여러번 끓일수록 맛이 좋아진다. 말린 묵나물과 된장은 환상의 조화를 이룬다.

 

이밖에도 바다 생선회를 먹을 때도 된장은 빠져서는 안 되었다. 특히 은조리나 숭어 새끼인 모치를 먹을 때 꼭 된장이 필요했다. 은조리나 모치는 뚝뚝 썰어 깻잎이나 열무잎에 붉은 고추와 함께 먹었다.


 우리네 식탁에서 집 된장은 모든 음식의 기초다. 된장이 맛나면 그 집의 모든 음식 맛이 좋아진다. 된장 참으로 자랑스러운 민족문화유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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