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의결권과 벤처기업 M&A의 균형점

벤처기업법상 차등의결권 제도의 구조적 함의

by 김태경 변호사

복수의결권 제도


상법 제369조 제1항은 ‘의결권은 1주마다 1개로 한다’라고 규정하여 1주 1의결권을 기본원칙으로 하고 있고, 대법원은 위 규정을 강행규정으로 해석하여 법률에서 규정이 없는 한 임의로 의결권 수에 제한을 가하는 것은 효력이 없다고 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잠재력은 있으나 혁신기업의 경우 자본조달과 동시에 지분 희석 없이 경영권을 유지할 필요성이 존재하였고 이를 위해 복수의결권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물론 복수의결권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한 반대 주장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복수의결권은 주주평등의 원칙과 충돌할 수 있으며 소수 지분권자가 경영권을 지배하여 사익을 추구할 수 있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찬반 논의 끝에, 국내에서는 2023년 5월 16일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이하 ‘벤처기업법’)을 개정하여 벤처기업에 한하여 복수의결권주식의 발행을 허용하였다.



벤처기업법상 복수의결권주식의 주요 내용


복수의결권제도는 상법이 아닌 벤처기업법에 도입함으로써 비상장 벤처기업만이 복수의결권주식을 발행할 수 있게 하였으며, ‘창업주’만 복수의결권주식을 발행받을 수 있다. 벤처기업법상 창업주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벤처기업 설립당시 발기인이어야 하고, 주주총회에서 선임되고 복수의결권주식 발행 당시 상무에 종사하는 이사여야 한다. 결격사유로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았다면 그 집행이 끝나거나 면제된 날로부터 2년이 지나야 하며, 마지막 투자를 받기 전까지 의결권있는 발행주식총수의 일정 비율(단독 100분의 30 / 둘 이상인 경우 합산 100분의 50) 이상을 소유한 자이어야 한다. 벤처기업에 있어서 창업주의 아이디어와 역량, 리더십 그리고 장기적인 연구개발 투자는 기업 성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소수 인력에 의한 경영권 집중의 필요성을 인정할 수 있기 때문에 창업주에게만 복수의결권주식을 발행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보인다.


복수의결권주식을 발행하기 위해서는 투자유치액이 창업 이후 누적 100억 원 이상, 마지막 최종 투자액은 50억 원 이상이어야 한다. 당연히 정관에 근거규정이 있어야 하며 복수의결권주식 발행시 주주총회 결의를 거쳐야 한다. 이때 복수의결권제도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 및 복수의결권주식 발행 결의는 의결권있는 발행주식 총수의 4분의 3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벤처기업법이 인정하는 복수의결권은 1주당 최대 10개 이하의 범위에서 정해야 하며, 존속기간은 최대 10년이다. 그 외에 벤처기업법 제16조의12는 복수의결권주식이 보통주식으로 전환되는 사건(이벤트)를 규정하고 있다(일몰규정).


복수의결권주식이라고 해도 모든 의결사항에 대해서 제한 없이 복수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는 없다. 복수의결권자가 의결권을 사적으로 유용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복수의결권주식 존속기간 변경을 위한 정관변경 사항, 이사의 보수, 이사의 회사에 대한 책임 감면사항 등에 있어서 벤처기업법은 의결권행사를 제한하고 있다(벤처기업법 제16조의13).


그리고 벤처기업법은 복수의결권주식을 발행하거나 중요한 사항을 변경한 때 중소벤처기업부장관에게 보고하고 본점 및 지점에 발행 내역 등을 공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벤처기업법 제16조의14 제1항 및 제2항). 또한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복수의결권주식 발행을 보고한 벤처기업 명단을 고시하도록 하고 있다(벤처기업법 제16조의14 제3항).



벤처기업의 M&A에 있어 복수의결권이 어떤 영향을 미칠까


복수의결권제도의 도입이 벤처기업의 M&A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 기업의 M&A 성사에는 많은 요소들이 필요하지만 복수의결권제도를 중심으로 생각해보려고 한다.


벤처기업은 창업주의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리더십, 장기적인 기술개발이 기업가치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창업주의 경영권 상실은 벤처기업의 성장동력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 대규모 투자유치나 IPO로 인하여 창업주의 지분이 희석된다면 경영권 상실을 우려한 창업주는 M&A를 꺼려할 수 있을 것이다. 차등의결권은 대규모 투자 유치나 IPO로 인한 지분희석에도 불구하고 창업주에게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여 기업의 혁신을 이끌고 전략적 M&A에 적극적으로 임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창업주의 지분희석 우려가 사라진다면 VC 등 투자자 입장에서도 대규모 투자 이후에도 창업주의 안정적인 경영권 유지를 통한 기업가치 상승에 편승하는 이익을 누리게 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차등의결권으로 인해 창업주의 경영권 상실 우려로 인해 제한적이었던 M&A 구조가 다각화될 수 있을 것이다. 가령 인수 기업이 피인수 벤처기업의 창업주에게 차등의결권주식을 부여하여 인수 후에도 창업주의 핵심적인 역할과 의사결정권을 보장한다면 인수기업은 벤처기업의 혁신 기술을 안정적으로 흡수하고 창업주 또한 인수 이후에도 안정적인 경영권을 바탕으로 대기업의 자본과 인프라를 활용하여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다.


반면 복수의결권제도는 1주 1의결권 원칙의 예외로, 1주당 부여되는 의결권수가 지나치게 많을 경우 현금흐름과 지배권의 괴리를 낳을 것이고 이는 벤처기업의 성장이라는 목적에 비추어 보더라도 지배구조를 왜곡하고 주주평등의 원칙 위반에 해당될 수 있다. 나아가 창업주에게 집중된 지배권은 창업주의 사익추구로 이어질 수 있고 M&A과정에서는 소수주주의 권익을 침해하여 주식매수청구권 행사의 증가 및 합병 무효 소송 등의 발생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벤처기업은 창업주의 핵심역량에 기업가치가 영향을 많이 받는데, 창업주가 시간이 흘러 기업에 대한 열정이 식었을 경우 이를 견제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난점도 있을 것이고, 이런 기업에 대한 M&A 또한 당연히 힘들 것이다.



정리


벤처기업의 M&A에 있어서 복수의결권제도는 창업주의 전략적 M&A 의사결정을 촉진하고 대규모 벤처투자 유치와 자금회수를 활성화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창업주의 사익추구와 소수주주의 보호에 관한 제도적, 법적 검토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오히려 M&A 활성화를 저해할 수 있는 요소가 될 것이다. 결국 복수의결권제도를 설계함에 있어 이러한 균형점을 잘 잡아야 벤처기업의 스케일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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