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갈 준비
사랑을 할 때마다 저는 나보다 상대를 더 많이 바라봤어요.
그 사람의 말투, 습관, 표정을 기억하려 애썼고, 그 사람 좋아하는 음악과 음식을 자연스럽게 따라 하곤 했죠.
그렇게 하면 우리가 더 가까워질 거라고 믿었어요.
마치 상대방과 하나가 되는 것이 사랑의 본질인 것처럼.
하지만 관계가 깊어질수록 저 자신이 흐려지는 기분이 들었어요.
그 사람의 감정에 따라 제 하루의 분위기가 좌우되었고,
그 사람의 기분을 맞추기 위해 제 감정을 억누르는 일이 많아졌죠.
어느 순간 저는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하는지조차 잊고 있었나 봐요.
사랑을 하면 할수록 저는 점점 나로부터 멀어지고 있었어요.
그러다 이별이 찾아왔어요. 처음에는 모든 것이 무너지는 듯했어요.
빈자리의 무게가 감당하기 어려웠고, 그 사람과 함께했던 공간과 물건들이 저를 더욱 초라하게 만들었어요.
사랑이 떠나간 자리에는 공허함만 남아 있었죠.
그러나 그 공허함 속에서 저는 처음으로 나 자신과 마주하게 되었어요.
그는 없지만, 저는 여전히 여기에 있었거든요.
내가 좋아했던 것들, 나를 웃게 했던 순간들,
그리고 저 혼자서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발견하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저는 오랜만에 혼자 카페에 가서 책을 읽었고, 그동안 미뤄왔던 취미를 다시 시작했어요.
사랑했던 사람이 좋아했던 음악 대신 저만의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었고, 그 사람의 취향이 아니라 제 취향대로 옷을 골랐다.
그렇게 조금씩, 아주 조금씩 저는 나 자신으로 돌아가고 있었어요.
사랑은 결국 내가 누구인지 다시 확인하는 과정인 것 같기도 해요.
사랑을 통해 나는 내가 얼마나 깊이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인지, 얼마나 타인을 위해 희생할 수 있는지,
그리고 어디까지가 나 자신을 지키는 선인지 배웠던 것 같고요.
저는 사랑을 두려워하지는 않아요.
사랑은 때때로 저를 흔들고, 길을 잃게 만들 수 있지만,
결국에는 저 자신에게로 돌아오는 여정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인 것 같아요.
누군가를 깊이 사랑했던 순간들도, 그리고 끝내 놓아주어야 했던 순간들도 모두 저를 성장시키는 과정인 것이죠.
그래서 저는 다시 사랑을 할 것 같아요.
사랑이 끝나더라도 나는 다시 나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이전보다 더 단단한 마음으로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사랑은 결국 나 자신으로 돌아오는 여정인 것 같지 않나요?
그리고 저도, 여러분도 그 여정을 기꺼이 걸어갈 준비가 되어있다고 생각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