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같은 곳으로 떠나는 여행

by 장선윤

출근 길에 나는 목청껏 노래를 부른다. 집에서 학교까지 30분. 자동차 시동을 걸면, 어제 출근길에 주차장에 도착하기 직전까지 들었던 곳에서부터 이어서 노래가 흘러 나온다. 거기서부터 노래를 따라 부른다. 목청껏. 출근이 그다지 즐겁고 신나서는 아니다. 여느 직장인들과 마찬가지로.

알람이 울리면 눈을 뜬다. 씻는다. TV 뉴스를 틀어 놓고 출근 준비를 한다. 간단하게 아침밥을 차려 먹는다. 그리고 출근을 한다. 이렇게 매일 아침 반복되는 출근 준비 시간 동안 내가 소리내어 말을 하는 과정은 없다.

교무실에 들어서면서 불특정 다수에게 던지는 '안녕하세요'가 내가 하루를 시작하는, 소리내어 말하는 첫말이다. 이후부터는 대체로 이런저런 일상이나 업무에 관한 대화를 나누지만, 어떤 날은 그대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교실로 들어갈 때도 있다. 교실에 들어가면, 어쩔 수 없이 많고 많은 말을 할수밖에 없다.

소위 입이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 교실에 들어가서 갑자기 많은 말을 하면, 말이 꼬인다. 시쳇말로 말을 절게 된다. 일대일의 대화에서는 말을 좀 절어도 웃음으로 무마가 되지만, 수업에서 말이 자주 꼬이면 다수의 학생들에게 미안한 상황이 발생한다. 요즘 고등학생들은 내신점수에 초예민한 상태이고, 자기가 마침 집중해서 공부하고 있는데 선생이 말을 제대로 안 해서 생각이 꼬이고,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일이 있으면, 이는 집에 가서 엄마아빠에게 일러바칠 만한 하나의 사건이 될 수도 있다. 물론 아직까지 내가 그런 일을 겪은 적도 없고, 가까이서 들은 바도 없다. 그럴 가능성이 있으므로 원천적으로 그런 일은 가급적이면 막아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나는 출근길에 노래를 부른다. 입을 풀기 위해서 노래를 불러야 한다. 운전을 하면서 노래를 불러야 하므로 모르는 노래를 부를 수는 없다. 허밍으로 으으으으 하고 따라부르는 것은 의미가 없다. 발음을 정확하게 또박또박 소리내어 할 수 있는, 그래서 가사를 이미 숙지하고 있는, 너무 들어서 닳고 닳은 노래 몇 곡이 아침 출근길마다 무한 반복으로 재생된다. 나는 그 노래를 따라 부른다.

구창모의 '희나리'부터 BTS의 'idol'까지 노래의 스펙트럼은 제법 넓다. 이 노래의 스펙트럼을 넓히기 위해 새로운 노래를 들을 때는 가사를 눈으로 보면서 듣는다. 또 상황을 머릿속으로 재연하며 듣는다. 그러면 가사를 좀더 빨리 익힐 수가 있다. 그런 과정을 몇 차례 거친 노래는 출근길 플레이리스트에 추가된다. 그러면 그 노래는 그때부터 감상적인 혹은 감성적인 용도가 아니라 실용적인 용도로 바뀐다.

시험 기간은 여러 이유로 행복하다. 수업을 하지 않아도 되어서 좋다. 일찍 퇴근할 수 있어서도 참 좋다. 무엇보다 출근길에 노래를 부르지 않아도 되어서 가장 좋다. 차분히 조용하게 풍경을 응시하면서 운전을 할 수 있고, 신호에 걸렸을 때는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들의 표정을 읽을 수 있다. 바뀐 계절에 맞게 색을 바꾼 가로수, 녹음이 짙어진 산, 상점에서 지나는 사람들에게 팔려고 내놓은 물건, 주인과 산책하는 강아지 등을 보는 것이 즐겁다.

그렇게 나는, 매일 아침 목청껏 노래를 부르며 여행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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