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여름 뮌헨으로 들어가기 전 암스테르담에서 하루 경유를 했다. 스키폴 공항에 새벽에 도착하자마자 암스테르담 시내로 나와 바로 풍차마을을 찾아 갔다. 여행에서 로밍을 하지 않는 고집 때문에 한 번 길을 잘못 들어간 다음부터는 에라 모르겠다 하는 마음으로 발길 닿는 대로 가서 이름도 모르는 예쁜 마을의 구석구석을 걷고 실컷 구경하며 여행의 묘미를 느꼈다. 그리고 오후에는 다시 암스테르담으로 돌아와 고흐 미술관 안에서 남은 시간을 모두 썼다. 모두 대략적인 계획만으로 하루를 알차게 보낸 셈이었다.
2023년 여름, 다시 암스테르담을 찾았다. 지난한 팬데믹을 견뎌 오랜만에 장거리 비행기를 타면서 많이 설렜고 기뻤다. 팬데믹 기간 동안 OTT를 통해 영화를 많이 봤는데, 관심사 알고리즘 추천으로 유난히 홀로코스트 관련 영화를 많이 봤고 자연스럽게 암스테르담에 가면 안네프랑크의 집에도 꼭 가봐야겠다고 생각도 했던 터였다.
암스테르담에 도착한 다음 날 아침, 사람들이 밀려들기 전에 고흐 미술관에 입장하려고 일찌감치 집을 나섰다. 아름다운 운하를 지나 도착한 고흐 미술관에 나는 입장하지 못했다. 예약을 하지 않아서였다. 아뿔싸. 예약을 하지 않으면 못 들어가는구나. 그럼 내일이나 모레, 언제라도 내가 암스테르담에 머무는 동안 가 봐야지 하는 마음으로 바로 숙소로 돌아와 와이파이로 예약 사이트에 접속했지만 내가 암스테르담에 머무는 기간 동안은 커녕 올 여름에는 결코 표를 구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부리나케 안네 프랑크의 집 예약 사이트에도 들어가 봤지만 마찬가지였다. 아쉬운대로 암스테르담 국립 미술관과 시립미술관, 하이네켄 박물관 등 예약가능한 곳을 모두 예약하고, 남은 일정을 그에 맞추어 소화했다.
최근 인터넷에서 어느 택시 기사의 인터뷰를 본 적이 있다. 부산에서 일하시는 분이었는데 부산역 앞에서는 카카오택시 어플을 끄고 옛날식으로 다니시는데, 이유는 카카오택시 어플을 사용할 줄 모르는 어르신들이 부산역 앞에서 예약 택시를 하염없이 떠나보내기만 할 뿐 정작 택시를 잡지 못하는 모습을 보신 이후부터라고 하셨다. 또한 최근 프로야구에서 LG가 29년 만에 우승을 해서 많은 LG 팬들에게 기쁨을 선사한 반면, 그 우승 장면을 현장에서 보고 싶어하셨던 많은 오래된 LG팬들은 야구장 입장권를 구하는 방법을 몰라 그 기쁨을 함께 누리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격세지감만 느꼈다는 이야기도 주변 사람에게 전해 들었다.
나는 인터넷 쇼핑도, 인터넷 예매도, 카카오 택시를 부르는 일도, 식당의 키오스크 이용도 어느 정도 능숙하게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하는 동안만이라도 휴대폰 화면을 들여다 보는 대신 눈앞에 펼쳐진 풍경과 이국의 사람들의 표정과 거리의 낯선 글자들을 보는 데에 집중하기 위해 로밍을 이용하지 않는다. 오래된 건물 벽에 기대 몇 번을 꼬깃하게 접은 지도를 펼쳐들고 방향을 가늠하면서, 바쁘게 걸어가는 현지인과 달리 느긋한 이방인으로 머무는 것도 여행의 즐거움이라 생각하고, 미리 알아둔 맛집이 아니라 배고플 때 눈에 보이는 허름한 식당에 들어가서 먹는 음식이야말로 제대로된 현지식이라 여기며, 시선이 가닿는 대로 발을 옮겨 도착한 곳의 풍경이 어느 여행 책자의 풍경사진보다 뛰어날 때도 많다고 믿는다.
시대는 변한다. 그것을 거스를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 변화의 속도를 모든 세대의 모든 사람들이 똑같이 따라갈 수는 없는 노릇일 것이다. 기술의 발전이 궁극적으로 사람을 위한 것이라면,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잘 사용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한 발짝 앞서 나간 기술이 사람들의 멱살을 잡고 끌고가는 듯한 지금과같은 방식 말고, 천천히 좀더 친절한 방법으로, 기술이 사람에게 다가오는, 감성적 변화를 기대하는 것은 과연, 과욕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