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은종 Apr 12. 2022

카타콤에서 던지는 의문, ‘믿음’

눈이 멀어가면서까지 지키고자 했던 그들에게 믿음은 어떤 의미일까?

초기 신자들이 자신들의 관이나 관 뚜껑에 그리스도인이었음을 나타내기 위해 그려 넣었던 상징들

바쁘게 일정을 맞춰 우연히 따라간 여행이 다름아닌 초기 기독교 성지 순례 코스 탐방이었다. 지중해 여행이라고 해서 같이 같는데 가는 곳마다 초기 기독교 신앙공동체의 역사가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로마의 아피아 가도를 따라 한적한 시골로 접어들면 카타콤이라고 하는 지하 공동묘지를 만날 수 있다. 이 카타콤이란 로마 시대에 황제를 제외하고는 시내에서의 매장이 법률로 금지되어 있었기 때문에 가난했던 로마 시민들이 동굴을 이용하거나 지하로 파 내려가면서 만들었던 공동묘지를 말한다. 


처음에는 공동묘지였던 이곳을 로마에서 기독교를 박해하던 당시 기독교인들이 감시자의 눈을 피해 공동체를 이루고 예배 장소로 사용하면서 신앙적인 의미를 갖게 됐다. 


카타콤은 지하 공동묘지임에도 불구하고, 공기가 쾌적할 뿐 아니라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해서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다양한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그래서 기독교인들은 그곳을 '신이 준비한 땅'이라고 하기도 한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초기 기독교도들에게 신앙은 얼마나 절실했기에 묘지에 숨어서까지 그 믿음을 지키려 했던 것일까? 지하 10여 미터를 파고 내려갔기 때문에 어둡고 햇빛이 없었기 때문에 거기 숨어 지냈던 사람들이 발견되었을 때에는 거의 실명한 상태였다고 한다. 실명의 고통을 감내하면서까지 그 사람들을 지하묘지로 이끈 초기 기독교인에게 믿음은 어떤 의미를 가졌던 것일까? 


현대는 신앙의 자유를 위해 지하 공동묘지에 숨어들지 않아도 되고, 감시자의 눈을 피해 익숙한 고향을 버리고 미지의 땅으로 떠나기 위해 메이플라워호에 몸을 싣지 않아도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교가 설 땅이 좁아지고 있는 현대인에게 믿음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그런 인류에게 종교는 과연 무엇을 해주어야 하는지 풀리지 않는 숙제가 머릿속을 맴돌았다. 


우리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없다. 보고 싶은 것을 보고 믿고 싶은 것을 믿으며 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현인들의 가르침을 따를 수밖에 없다. 증명할 수 없는 영역이니 믿음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무엇이 그들을 눈이 멀어가면서까지 지키게 만들었던 것일까? 지하동굴의 어둡고 열악한 환경을 보며 가슴이 먹먹해져 왔다. 


오늘날 우리에게 소중한 것은 무엇인가? 눈이 멀어가며 지켜야 할 것은 아니더라도 일신의 안일을 포기하면서까지 지키고 싶은 가치는 무엇일까? 


작가의 이전글 아테네의 '행복한 인간'을 길러내는 교육방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