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가 아니어도 좋아
어릴 때부터
'큰 일을 할 사람'이라는 기대를 받고 살았다.
딱히 정해진 것도 아니면서
막연히 '큰 일을 할 거'라는 근거 없는 그 기대 때문에
해야 하는 일은 기본이고 안 시키는 일까지 더해서 했다.
무슨 일이 큰 일이 될지 모르니
이 일 저 일 열심히 해 보는 수밖에.
마흔을 넘기던 어느 순간
현실 자각이 되면서 마음이 자유로워졌다.
큰 일을 할 거라면 이미 했었어야지
세상에 큰 일 따위는 없고
각자에게 맞는 삶이면 충분하다
그것으로 족한 것이다.
며칠 전
나와 같은 삶을 이어온 동지를 만났다.
부모님이 이름을 특별하게 지으시면서부터
어디서든 눈에 띄었고
최고의 길을 가야 한다는 생각에 열심히 살 수밖에 없었다고.
딸 한테 만큼은 그런 부담을 주고싶지 않다고 했다.
이름도
반에서 한 두명 쯤 있을 법한
아주 평범한 이름으로 신경써서 지었다고 했다.
딸 아이에게 바라는 건 딱 한 가지.
"네가 행복할 수 있는 삶을 살아"
너무 멋지지 않은가.
이 정도 살아보니 그렇다
세상에 큰 일 따윈 따로 없다
자기에게 주어지는 길을 가는 거다
자신있게 당당하게
자기에게 맞는 길을 가면 된다.
그걸로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