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명상이란 무엇인가요?

<당신도 잠 못 들고 있었군요> 18문 18답

by 은종


명상은 '가만히 멈추어 생각을 쉬는' 겁니다.

쉴 휴(休) 쉴 헐(歇). 아무 생각 없이 쉬고 또 쉬는 일이죠. 가만히 멈추어 몸만 쉬는 것이 아니라 마음도 함께 쉬는 겁니다. 쉬면 자연스럽게 드러나기 때문이죠. 흔들리는 컵을 가만히 두면 흙탕물이 가라앉으면서 뿌연 물속에 감춰진 것이 드러나 보입니다. 우리의 마음도 쉬고 쉬면 본래 마음이 있는 그대로 드러나죠.


"본래 마음이라니? 우리 마음이 몇 가지가 있다는 말이야?"


그렇습니다. 우리 마음은 다면적이죠. 표면의 마음과 심층의 마음이 있습니다. 표면의 마음이란 하늘로 치면 천둥, 번개가 치고 비, 구름, 바람이 쉴 새 없이 움직이는 마음이죠. 보통 우리의 몸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우리의 몸을 나라고 생각하는 데서 비롯되는 마음이죠. 그래서 내 몸과 깊게 관련된 생각이나 감정에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귀에 들리는 칭찬하는 소리, 입에 와 닿은 맛있는 맛, 몸에 닿는 기분 좋은 촉감, 눈에 보이는 예쁘고 잘 생긴 것. 이 모든 것들을 따라 표면의 마음이 출렁이죠. 나에게 이로운 것과 해로운 것에도 마음이 쉽게 움직입니다. 내 몸과 관련된 가족이나 소유물에는 특히 강한 애착을 보이죠. 이 표면의 마음은 바다의 수면 위에 떠 있는 섬과 같은 마음입니다. 수면 위에서 보면 각기 따로 떨어져서 외로워 보이는 섬과 같은 마음이죠.


반면 심층의 마음이 있습니다. 표면의 마음 깊숙이 또 다른 마음이 있죠. 아무리 비오고 천둥치고 바람 불어도 흔들리지 않는 텅 빈 바탕이 되는 하늘과 같은 마음입니다. 배경이 되는 하늘은 텅 비어 있어서 어떤 비바람에도 영향을 받지 않죠. 표면에서 일어나는 희로애락 너머에 있는 마음입니다. 그래서 심층의 마음이라고 하죠.


이 심층의 마음은 형체가 없어서 육체나 물질 속에 갇혀있지 않습니다. 마음을 찾아보면 쉽게 알 수 있죠. 마음이 어디 있는지 찾아볼까요? 머리나 가슴, 몸 일부에 있는 것이 아니죠. 마음은 신체 특정 부위에 속해 있지 않습니다. 우리의 몸 전체에도 있지만 우리 몸 밖에도 있기 때문이죠. 마음은 형체가 없어서 어느 특정한 곳에 갇혀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마음이 여러 차원이기 때문에 멈추어 고요히 생각을 쉬면 우리가 경험해보지 못했던 차원이 다른 세계가 열립니다. 나의 눈과 입과 귀와 표층의 마음이 겪어보지 않았던 고요와 순수와 무한한 사랑과 신비가 가득한 세상이 열리죠. 우리 자신의 진정한 자아, 세상의 모든 존재와 현상이 전개되고 관계하는 새로운 면목을 경험하게 됩니다.


어떤 세계가 열릴까요? 자세한 것은 각자의 경험 영역으로 남겨두더라도 분명한 것은 지금까지 알고 있던 세계와는 많이 다른 세계를 경험하게 된다는 사실입니다. 이렇게 멈추고 고요히 생각을 쉬는 명상은 앉든, 서든, 눕든 상관이 없죠. 중요한 것은 마음의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어떤 자세로도 멈추어 고요히 생각을 쉴 수 있다면 명상이 되는 거죠.


하지만 오래 서 있기가 쉽지 않고, 누워 있으면 쉽게 잠들기 때문에 앉아서 명상을 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명상이라고 하면 보통 하던 일을 멈추고 고요히 앉아야 한다고 생각을 하죠.


어떤 형태로든 생각을 쉬고 마음이 고요해지면 다양한 이점들이 있습니다. 무질서하던 생각이 자리를 잡으며 생각이 정리되기도 하고, 궁금했던 의문이 풀리기도 하고, 생각하지도 못했던 새로운 아이디어가 솟아나기도 하죠. 오랫동안 해결되지 못했던 일을 해결할 묘안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단지 쉬는 것만으로도 놀라운 효과들이 많죠. 현대인들이 명상에 관심을 갖는 명상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입니다.


“모든 인연을 한꺼번에 쉬어버리고 한 생각도 일으키지 않는다.” - 허운화상, 참선요지


하지만 조금 다른 측면에서 명상이 무엇이냐는 질문은 마치 ‘사랑이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과 같습니다. 사랑은 ‘달콤한 것이다’를 비롯하여 ‘눈물의 씨앗’이라는 상반된 답을 듣게도 되죠. 명상 좀 한다는 주위 사람에게 물어보세요. 천인천색의 답을 듣게 될 것입니다. 사랑이 사람마다 다르게 기능하기 때문이죠. 사랑을 시작할 때는 기쁨과 설렘, 행복의 순간들이 많지만 오래 익어가면서 답답하고, 아프고, 서운한 다양한 감정을 경험하게 됩니다. 사랑에 대한 의무와 책임도 따라오기 때문이죠.


명상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마디로 딱 잘라 정의하기가 어렵죠. 마치 수영, 달리기, 체조, 레슬링 등을 한마디로 운동이라고 하듯 명상 또한 포괄적 개념이라는 겁니다. 누군가 명상을 언급할 때 그 세부적인 내용은 차이가 있습니다. 최종적인 목적이나 결과는 비슷하더라도 경로는 조금씩 다른 거죠. 등산을 할 때 목적은 같더라도 올라가는 길이 다른 것과 같습니다. 산 정상에 올라가는 등산로가 여러 가지일 수 있듯이 명상 또한 그 구체적인 방법과 기능은 다양하죠.


명상을 검색해보면 그 사실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고요히 눈 감고 어떤 생각도 하지 않는 것’, ‘몸, 마음, 정신 모두 쉬는 것’ ‘눈을 감고 차분한 마음으로 깊이 생각함’ ‘지금 이 순간에 깨어 있는 일’ ‘무엇인가에 마음을 집중하는 일’ 등. 나름 경험 있는 분들이 단정적으로 말하지만 그것이 명상의 전모를 설명한다고 보기는 어렵죠. 심지어 ‘눈을 감고 어떤 생각도 하지 않는 것’과 ‘깊이 생각한다는 것’은 배치되는 설명이니 말입니다.


명상을 시작하기 전에 명상이 다양한 얼굴이 있음을 먼저 이해하는 일은 중요합니다. 어떤 명상은 훌륭하고 어떤 명상은 수준 낮거나 그런 것은 아니라는 거죠. 오래 깊이 하면 궁극의 경지에서는 같은 곳에 이를 수 있습니다. 들어가는 입구는 다양하기 때문에 자신의 상황에 따라, 자신에게 맞는 방법으로 접근하면 오래 지속하기가 쉽죠.


인연이 닿는 대로 다양한 명상의 방법을 익힐 수도 있습니다. 세계적인 명상지도자인 밍규르 린포체도 다양한 명상을 가르치죠. 대상없는 사마타 명상, 소리 명상, 통증 명상, 무료함 명상 등. 다양한 대상을 도구삼아 알아차림을 개발하는 겁니다. 심지어 수면 명상도 있죠.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명상이 존재합니다.


초월명상, 집중명상, 통찰명상, 마음챙김(MBSR), 사마타, 위빠싸나, 간화선을 비롯하여 춤명상, 걷기명상, 마하무드라, 본성명상, 단전주 명상, 빼기명상 등 다양하죠. 궁극적인 명상의 목적과 기능은 동일하더라도 그 방법적인 면에서 각각의 장점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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