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문득 내 마음이 내 말을 잘 듣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러니까 마음의 작용인 생각이나 감정에 끌려 사는 것이 아니라 그 생각이나 감정을 알아차리면서 방향을 잡아주는 존재가 내 마음 안에 자리하고 있고, 마음이 그 존재의 말을 생각이나 감정보다 더 잘듣는다는 거다.
생각이나 감정은 인연의 작용에 따라 일어난다. 나를 평가하는 어떤 말을 듣거나, 하기싫은 해야 할 상황에 직면했을 때 생각과 감정이 일어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그 생각이나 감정대로 반응할 필요는 없다. 의식이 개입해서 조절할 수 있는 것이다. 내 마음을 내 의지대로 조절하는 거다. 기분나쁜 소리를 들었다고 기분이 나쁠 필요도 없고, 하기싫은 일을 해야 한다고 싫은 감정을 내색하거나 불필요한 생각에 빠져들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의식이 개입해서 어떻게 할 지를 스스로 판단하고 선택해서 대응하면 된다.
그렇게 마음에 일어나는 생각이나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한 걸음 뒤로 물러나 정신을 차려서 자기 주도적인 대응을 하는 것을 자유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늘 부자유다. 생각에, 감정에, 상황에 얽매어 부자유한 삶을 사는 거다.
우리가 명상을 하는 것은 결국 이러한 자유로운 삶을 위해서다. 눈 감고 가만히 앉아서 생각을 쉬자는 것이 명상의 궁극적인 목적이 될 수 없다. 편안하게 앉아서 눈 감고 생각을 쉬는 것은 명상에 입문하는 첫 단계이다. 그렇게 차츰 차츰 생각이 쉬어지고, 일심 집중이 되고, 마음이 고요해지면 마음은 비로소 의식의 차원으로 고양된다.
생각, 기억, 후회, 계획, 두려움 등 마음에 담긴 많은 내용들이 점차 비워지고 순수해지면서 마음의 깊은 차원인 의식이 힘을 얻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 의식은 고요를 먹고 자라면서 자랄수록 명료해지기 시작한다. 고요하면서 또렷해지는 것이다. 이 고요하면서 또렷해진 의식은 감정이나 생각에 방해받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존재와 현상’을 보다 명확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된다.
마음이 마음대로 하지 않고 이 의식을 말을 듣게 되면 많은 변화를 경험할 수 있다. 점점 대범해지고, 단순해지고, 명료해진다. 선택이 쉬워지고 앞으로 나아가기가 수월해지는 것이다. 명상은 그렇게 우리 삶에 실질적인 도움을 준다. 조급한 마음을 갖지 않고 명상을 하고 또 하면 언젠가는 마음이 내 말을 잘 듣기 때문에 내 안의 갈등이나 에너지 소비가 줄면서 삶이 수월해진다. 멋지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