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계에는 떠도는 이야기가 많다. 유명 인사들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를 여러 명의 스태프들이 지켜보는 경우가 많아 자연스럽게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오가곤 한다. 이 이야기도 광고계에서 떠도는 이야기 중 하나로 전해 들은 것이다. 이름은 알 수 없으나, 지금도 활동 중인 한 유명인이 주인공이라고 한다.
한 회사가 마케팅 캠페인의 일환으로 컨텐츠를 제작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였고, 어느 유명인을 그 프로젝트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도록 섭외하였다고 한다. 여러 사람들의 노력으로 컨텐츠는 순조롭게 완성되었고, 프로젝트는 큰 성공을 거두었다. 언론의 찬사가 이어졌고, 업계의 평가도 훌륭했다. 유명인 그분도 그 프로젝트에 대한 자부심이 컸다고 전해진다.
얼마 후 성공을 축하하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캠페인을 기획한 회사 관계자, 컨텐츠 제작 업체 관계자, 출연자, 제작 스태프 등 40~50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장소는 다소 고급스러운 중식당이었다. 주최 측은 예산을 고려해 대중적인 백주를 준비했고, 모든 테이블에 같은 술을 세팅했다.
식사가 막 시작되었을 때, 그분이 웨이터를 불렀다. 미리 세팅된 백주 대신 본인이 선호하는 백주를 주문했다고 한다. 가격대가 있는 술이었다. 웨이터는 그 술을 가져왔고, 그분이 앉은 테이블에만 그 술이 올라갔다. 처음에는 그분과 그 옆에 앉은 몇몇 사람만 그 술을 마셨고, 다른 테이블에서는 미리 준비된 백주를 마셨다.
우리나라의 술자리 문화는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다. 가만히 앉아서만 마시기보다, 다른 테이블을 오가며 인사를 나누는 경우가 많다. 이 자리에서도 다른 테이블에 있던 분들이 하나둘 그분이 앉아 계신 테이블을 찾았다. 서로 감사의 인사를 나누며 축하의 말을 전하기 위해서였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술병이 눈에 들어왔고, 자신들이 마시고 있는 술과는 다른, 더 고급스러워 보이는 병이 그 테이블에만 놓여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처음에는 누구도 특별한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사람들이 계속 오가며 그 차이를 보게 되자, 같은 축하 자리에서 테이블마다 술이 다르다는 점이 점차 분명해졌다. 결국 누군가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우리도 그걸로 주세요."
주최 측은 난처한 상황에 놓였다. 한 테이블만 특별히 대우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었고, 무엇보다 함께 프로젝트를 수행한 사람들의 요청을 쉽게 거절하기도 어려웠다. 결국 모든 테이블에 해당 백주가 올라갔다. 그 이후 모든 사람들이 그 술을 마셨고, 계산서가 나왔을 때 금액은 당초 예상했던 것의 두 배 이상이었다고 한다.
자리는 조용히 마무리되었다. 겉으로는 모두 웃으며 헤어졌지만, 처음의 들뜬 축하 분위기와는 다소 다른 공기가 감돌았다고 전해진다. 시작은 좋았지만 끝은 조금 씁쓸한 자리였다는 이야기다.
추가로 들어간 비용 자체가 가장 큰 문제는 아니었다고 한다. 그 회사가 감당하지 못할 수준의 금액이 아니었다. 다만 일부 참석자들에게는 축하연의 자리에서 드러난 장면 자체가 여러 생각을 남겼다고 한다. 미리 준비한 사람들의 의도에 대한 무관심. 그리고 함께 성과를 만든 사람들 사이에서 느껴진 미묘한 거리감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날 축하의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무엇을 더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을까? 성취의 기쁨보다도, 같은 자리에서 서로 다른 술을 마셔야 했던 순간, 그리고 "우리도 그걸로 주세요"라고 말해야 했던 그때의 미묘한 불편함이었을지도 모른다.
이런 이야기를 나누는 이유는 특정 개인을 평가하거나 비판하기 위함이 아니다. 비슷한 장면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영향력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일수록, 작은 선택 하나가 주변에 어떤 메시지로 전달될 수 있는지 한 번쯤 돌아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배려는 거창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미리 준비된 술을 함께 마시는 것, 함께 있는 사람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조금 양보하는 것. 어쩌면 그 정도면 충분할 것이다.
그날의 축하 자리는 이미 끝났지만, 비슷한 자리는 앞으로도 계속 만들어질 것이다. 다음번에는 조금 다른 결말이 쓰이기를 조심스럽게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