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자 지수와 Leverage Score

기업은 무엇을 측정해야 하는가?

by 시온

어느 고요한 밤, 미국 펜타곤 주변의 피자 가게들이 유독 분주해지기 시작한다. 공식 속보는 없다. 그러나 야식 배달 기록이 먼저 말한다. "지금 무언가 큰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른바 '피자 지수(Pizza Meter)'다.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퇴근하지 못하고 밤샘 작업을 하는 국방부 직원들이 주문하는 야식의 양이, 그 어떤 정밀한 지표보다 먼저 역사의 변곡점을 예고하는 것이다. 걸프전에서 처음 포착된 이 현상은 중동의 전운이 감돌 때마다 어김없이 소환됐다. 진실은 화려한 보고서가 아니라 현장의 가장 생생하고 절박한 데이터 속에 숨어 있다는 사실을, 피자 한 판이 또 한 번 증명한 셈이다.


기업 경쟁력을 결정짓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기업문화'다. 그리고 건강한 문화의 토양을 만드는 제1조건은 공정하고 정확한 평가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오랫동안 '무엇을 측정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한 채, 단순한 정량 수치나 상사의 기분에 기대어 왔다. 그 결과는 우리가 잘 알고 있다. 줄서기, 아부, 패거리 문화. 실력을 키우는 대신 평가자의 눈에 들기 위한 게임이 조직 안에서 자라났다. 평가 시스템이 먼저 흔들렸고, 문화는 그 뒤를 따라 무너졌다. 親疏 여부가 결정하는 평가, 눈에 보이는 결과값만을 나열하는 평가는 결국 구성원의 영혼을 잠식한다.


이 대목에서 NBA가 AWS(Amazon Web Services)와 협력해 최근에 도입한 Leverage Score의 논리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과거의 농구가 단순 득점 같은 평면적 지표에 의존했다면, 이 지표는 경기의 모든 순간을 AI로 해체하고 재구성한다. 1쿼터의 득점, 가비지 타임의 득점, 경기 종료 직전 동점 상황에서의 득점은 기록지에서 똑같은 숫자지만, Leverage Score는 이를 전혀 다른 무게로 읽는다. 더 나아가 AI는 선수의 움직임을 촘촘하게 추적해 수비 압박 강도, 기록지에 남지 않는 공간 창출(Gravity), 눈에 보이지 않는 헌신까지 반영한 종합 기여 지표를 완성한다. 여기에 동료 효과를 수학적으로 걷어내고 선수 본연의 순수 기량을 추출하는 EPM(Estimated Plus-Minus)과, 머신러닝으로 실력의 궤적과 노화 곡선까지 추적하는 DARKO(Daily Analysis of Regression-Knit Observations)가 결합하면서, 평가는 비로소 맥락을 이해하는 입체적인 지능을 갖게 됐다.


코트 위에서 가능해진 이 입체적 평가의 논리는 사무실 안에서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득점판에 잡히지 않는 공헌을 데이터로 읽어내는 일이, 이제는 기업의 절실한 과제가 됐기 때문이다.


기업 평가 분야에 AI를 도입하며 거는 기대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이 둘은 서로 다른 층위에서 작동한다.


첫째, 종합적이고 공정한 평가의 실현이다. AI는 업무의 결과뿐 아니라 난이도와 시급성이라는 맥락을 읽는다. 평온한 시기의 루틴한 실적과 조직이 위기에 처했을 때 온몸을 던진 헌신을 구분해내고, 그동안 계량화되지 못했던 '보이지 않는 기여'를 비로소 측정 가능한 영역으로 끌어올린다. 상사의 눈에 드는 사람이 아닌, 데이터 위에서 팀의 승리에 실질적으로 기여한 진짜 에이스를 발굴하는 것이 이 층위의 목표다.


둘째, 인간 평가의 편향에 대한 정밀 모니터링이다. 인간은 무의식적 친소 관계, 후광 효과, 유사성 편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AI는 평가자의 점수 부여 패턴을 분석해 특정 그룹에 대한 편향이나 근거 없는 호의가 개입됐는지를 포착한다. EPM이 선수 기록에서 '팀빨'을 발라내듯, 기업 평가에서도 상사와의 친분이라는 노이즈를 수학적으로 제거하는 것이다. 이때의 AI는 심판관이 아니라, 인간이 공정하게 심판할 수 있도록 거울을 비춰주는 존재다.


AI 시대에 대한 우려는 당연하다. 일자리 위협이나 인간 소외를 걱정하는 목소리에 먼저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러나 동시에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한다. AI의 '비인격적 냉철함'이야말로 우리 사회의 고질적 병폐인 인맥 지상주의를 끊어낼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간의 情이 부당한 편애로 변질되고, 상사의 기분이 잣대가 되는 낡은 관행 속에서 얼마나 많은 인재가 조용히 시들어갔는가? AI는 '누구의 라인인가'를 묻지 않는다. 오직 '어떤 가치를 만들었는가?'만을 물을 뿐이다.


제대로 된 지표를 설계하고 AI를 통해 편향을 거르는 과정은 결코 차가운 기술의 영역이 아니다. 그것은 구성원에 대한 가장 깊은 존중의 표현이다. "당신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흘린 땀방울을 우리는 데이터로 알고 있다"는 신뢰의 신호이기 때문이다. 이 신뢰가 쌓일 때 사내 정치는 설 자리를 잃고, 기업은 비로소 건강한 문화 공동체로 거듭난다.


기업은 자신이 측정하는 지표를 닮아간다. 피자 지수처럼 현장의 진실을 읽어내고, Leverage Score처럼 맥락의 무게를 존중하며, AI라는 정교한 거울로 우리 안의 불공정을 바로잡을 때, 기업이라는 유기체는 비로소 진정한 생명력을 얻는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다만 어떤 숫자를 고르느냐는, 전적으로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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